신동원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개항 이후 일제시기의 의사윤리의 전반적인 성격은 전통적인 인술 윤리가 서양의술을 둘러싸는 모습을 띠었다. 심지어 서구의 기독교 정신과 적십자 정신에서 보이는 박애와 자선의 윤리까지도 인술 안에 포섭했다. (255면, 돈 버는 의사가 되지 말고 병 고치는 의사가 되라)
현대 한국인들은 숭고한 인술, 무차별적 의술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하게 되었다.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과대학에서 행하는 강령의 형태를 띠었기 때문에 기왕의 인술윤리를 흡수하여 의사윤리의 상징물이 되었다. (259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둔갑한 제네바 선언)
...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할 때에 반드시 정신을 안정하고 의지를 든든히 할 것이고 어떠한 욕심이나 바라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먼저 환자에 대한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발휘하여 사람의 고통을 다 구원한다는 서원을 세워야 한다. ... 환자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기고 깊은 동정심을 가져야 하며 ... 반드시 세밀하게 따져보고 깊이 또 널리 생각해야 한다. 생명이 위급한 때에 급히 서두르거나 명예를 얻으려는 행위는 '인'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 이름을 날리는 데 정신을 팔지 말고 다른 의사들을 비난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덕에 긍지를 갖는다. ... 의사가 자기의 좋은 기술을 뽐내거나 돈벌이에 정신을 쓰지 않고 오직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생각만 한다면, 은연중에 스스로 많은 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249면, 의방유취에 인용된 천금방의 의사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