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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현 Nov 06. 2024

05. 이 책의 시선으로 취미를 관통하다

쟈넷 L. 존스 "말의 뇌, 사람의 뇌"

승마. 근데 이제 인지과학을 곁들인(^^)


승마, 인지과학, 의학. 내가 엮고 싶은 카테고리를 감사하게도 쟈넷 L. 존스 박사가 먼저 소개해 주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재활 승마에 관한 내용도 짤막이 나오니 의학까지도 맛 보인 셈이다. 올해 초에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 둔 책이었는데, 천고마비의 가을 끝자락에서야 이 책을 만난다.





번역서의 한계 때문인지 처음부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기대가 커서인지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들어오네' 하고 아쉬움 방울이 뽀글 올라오려는 순간, 나의 시각피질과 전전두엽피질을 반짝이게 하는 부분들이 나타났다. 한번 불붙기 시작한 나의 뇌세포들은 내가 끝까지 감탄하며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감각, 신경피로, 고유수용성, 부적 강화, 보상, 직접훈련, 간접훈련, 주의, 정서 등등.


말을 탈 때 흔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상황들을 인지과학적으로 풀이해 준다.


'그때 이렇게 해줄걸', '다음에는 미리 이걸 조심해야지'. 상주국제승마장에서, 세종스테이블에서 기승할 때 말들에게 미안했던 기억들을 꺼내 나를 반성하기도 하였다.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만했었네'. 경기도 모 승마장에서 말에 물리기도 말에서 떨어지기도 하며 서운했던 기억들을 꺼내 그를 이해하기도 하였다. 

'이게 맞았네', '이럴 것 같았어'. 제주도 탑승마클럽-나의 승마 고향 그립고 정든 곳-, 청주 학소리승마장에서 외승 할 때 서로 통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미소 짓기도 하였다.


말을 좋아하고 말 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분명 이 책에서 눈이 반짝이는 몇몇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반짝이게 했던 부분은 여기에 옮기기엔 너무 많아서 첨부파일로 저장해 둔다. 추억에 빠져있느라 미쳐 타이핑을 못한 부분이 더 많지만 말이다. 특히 고유수용성 부분은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할 때 내가 너무나 관심 있었던 주제 중 하나였다. 다시 승마를 시작하며 내 몸과 뇌의 고유수용성 훈련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나의 연구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바라본다.





나에게 승마는, 나에게 한의학처럼, 인지과학처럼, 어린왕자처럼, 그냥 이유 모르게 - 표면적인 자아가 모른다는 것이다 - 당연히 좋은 것이었다. 직관적인 끌림과 사랑이 먼저 있었고, 이유는 하나씩 깨달아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찾았다. 


(303p) 사람을 애 먹이는 거친 말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말과 어울려 지내는 가장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말은 100%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속이거나, 판단하거나, 기만하거나, 조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보이는 것 그대로입니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러한 종류의 진실함을 자주 접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일 것입니다.


이런 투명한 심플함. 주변 사람들은 이게 나의 타고난 장점(약점)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어릴 땐 모두가 그러한데 나이 들어서도 잃지 않으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가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지만, 나에겐 이것이 바로 내가 말에게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였다. 승마가 왜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303p의 문구를 인용하여 본연의 나를 되찾을 수 있기에 승마를 좋아한다고 답하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래의 내용도 곱씹어 볼 수 있는데, 승마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313p의 문구를 인용하여 이토록 찬란한 승마를 추천하겠다.


(313p) 자신의 마음을 연단하며,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거대하지만 동시에 매우 민첩한 동물을 친절하게 통제하는 법을 배워가는 매일매일의 일상. 이 같은 수준의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등한 비율로 가르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말은 우리에게 개인의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숙달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학습과 동기 부여의 최상의 원칙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연민을 제공하고, 신뢰를 쌓고, 걱정을 떨쳐버리고,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가르칩니다.





쟈넷 L. 존스, 『말의 뇌, 사람의 뇌』, 권정이, 신정수, 심다혜 역, 파주 : 군자출판사, 2023. [HORSE BRAIN, HUMAN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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