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챙기기도 바쁜데...
유치원에서(직장) 새로 오신 선생님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이 I라고요?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는 알 것 같으나, 나는 정말 mbti에서 I의 성향이 강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남편만큼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임이나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극혐 하는 건 아닌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약 3개월 전에 학교 간 교학공(교원학습공동체) 첫 모임이 있었다.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무려 네 분이 계셨던 터였으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이 편하다. 알면 알수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긴장감 없이 첫 모임과 2차 모임이 까지 지나고, 차차 어색한 웃음도 없어지고 서로 사는 동네도 확인하였으니 이젠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일만 남았다.
A 선생님: "다음 3차 모임 장소는 전시 관람이죠? 워커힐까지 어떻게 이동하실 거예요?"
B 선생님: "거긴 차 없으면 불편하더라고요, 전 자동차 끌고 갈 건데 A선생님은 어떻게 가실 거예요?"
A 선생님: "저는 이번엔 대중교통으로 가볼까 해요. 찾아보니 지하철역에서 택시 타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C 선생님: "어, 저도 차 가지고 갈까 하는데, A 선생님 유치원에 들러서 갈게요. 같이 가요."
D 선생님: "그럼 B 선생님, 혹시 제가 선생님 유치원으로 찾아갈게요, 같이 이동해도 될까요?"
B 선생님: "그럼요, 어 그럼 E선생님도 같이 차 타고 가요."
A 선생님: "그럼 초록선생님(나)만 혼자 따로 오시네...... 어떡해요?"
D선생님: "초록선생님은 혼자 가게 돼서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 맞죠?"
맞다, 동료 교사라기보다 '친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D선생님의 말이 정확하다. 누군가랑 같이 이동하는 상황이라니, 와 생각만 해도 겨터파크(겨드랑이 땀) 개장이다.
그런 내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나보다 더 사교성이 없는 아들을 위해 '아이 친구 엄마 사귀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놀이터 몇 번 슬슬 나가주면 괜찮았는데, 아이가 좀 크고 나니(현재 6살) 쉽지 않다. 다들 학원을 다닌다. 태권도 학원, 축구 학원, 수학 학원 등 학원의 종류가 너무 많다.
아이가 친구 따라 학원 다니고 싶다고 하면 '개이득!'하고 그냥 보내버릴 텐데 우리 아이는 학원을 다니고 싶지 않아 한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자고 말해주면 '낫뱃~'하며 청소며 음식이며 준비할 텐데, 영역주장이 강한 편인 아이는 꾸준히, 더 어릴 때부터 누가 우리 집에 오는 걸 싫어한다.
친구랑 놀고 싶다고 말해주면 '좀 더 힘내보자!' 할 텐데,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고 말은 하나 또래 친구들이 보이면 슬금슬금 주변을 머무르는 아이를 보며 다시 고민한다.
사교성을 돈 주고 사다 줘야 하는 남편은(대체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역시 다이소밖에 없나요?) 지(아이) 발등에 불 떨어지면 알아서 노력할 거라면서 내버려두자고 한다. 한숨을 폭 내쉬며 내 마음의 위로이나 불안 그 잡채인 맘카페에 들어가 봤다. 고민들이 비슷하다. 아들이건 딸이건 아이 친구 때문에 엄마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타고난 성별의 차이인가......!? 이래서 젠더 감수성이 필요한 건가!? 더 딴 길로 빠지기 전에 돌아와서 현재 나의 고민을 마무리하자면,
지난 3일은 허탕을 쳤다. 없는 사교성을 쥐어 짜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사람이 있어야 쥐어 짜내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아이와 놀이터를 갈 거다. 우리 아이 비슷한 또래가 보이길 기대하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은, 호미로 막아야 한다. 작은 육아 고민이 생겼다면 나중에 있을 큰 고민으로 만들지 말자는 게 내 육아 방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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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이터 선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군, 좋아. 오늘은 다른 놀이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