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작은 걱정이었다. 단순히 5년, 10년이 아니라 내 아이가 성인이 될 무렵의 미래지도를 그려봐야 했다. 약 30년, 50년 후의 미래를. 나와 내 자식의 시대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에게로 이어질 그 길이 갈만한지, 더 보수할 만한 것은 없는지 봐야 하지 않겠는가.
단순하게 걱정만 하며 지내는 와중에,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느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글에 올라온 추천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what the health'를 보게 되었다.
아기를 낳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제일 신경 썼던 건, 고기였다.
질 좋은 고기, 신선한 고기. 고기를 먹어야 철분과 단백질 섭취에 좋다고 하여 하루에 적정량이라 일컬어지는 그 양을 꼬박꼬박 먹였는데... 돌이켜 보니 정말 이상했다. 이렇게 좋은 고기인데 나는 왜 모유수유를 하며 고기를 소화하지 못했을까? (심지어 임신기간에는 입덧이 심해 고기는 거의 못 먹었다)
모유수유를 하는 기간 동안은 절밥으로 먹고 지냈다. 좋아하던 케이크는 젖몸살로 멀리하고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되지 않아 힘들었으며 너무 매운 음식은 아기가 설사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는 건강했다.
'what the health'를 보며 문득 그 모유수유 기간 건강했던 내 장기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궁금해져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다. 시작은 그 유명한 [육식의 종말] -.
세상에, 몇 페이지도 못 읽고 덮어버렸다. 음, 난 아직 육식의 종말까진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라는 이유로 덮은 책을 끝내 펴지 못하고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쉽게 읽을만한 책을 다시 찾았다.
그렇게 만나게 된 운명의 책 [ 사랑할까? 먹을까? ]
한 번에 읽지 못했다. 육아와 맞물려 틈틈이 읽고 눈물 흘리고 탄식하고, 그러다 식사 시간이 되어 냉장고를 열면 보이는 '고기'들의 모습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내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 첫 번째는 '식탁에서 육류 줄이기'
적어도 나는 육류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우유를 먹는 게 거북해졌다. 그러다 뼈를 우려낸 육수들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결국 약 한 달간은 대부분의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나는 끈기가 없으며 귀찮은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비건이 되는 길은 너무나 귀찮고 지루하고 어려운 길이었다. 고민 끝에 나만의 기준을 정하였다.
[고릴라처럼 먹기]
고릴라는 약 96%의 채소, 과일과 4%의 곤충 등으로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잡식성 동물이다.
밖에서 사 먹는 칼국수에 멸치육수가 들어가거나 정말 정말 먹고 싶을 때는 따뜻한 라테를 마시거나, 약속이 있어 나간 자리에서 동물성 식품이 제일 적게 들어간 음식을 선택하여 전부 먹는 것. 아직은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4%가 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몇 퍼센트를 먹었느냐가 아니고 내가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느냐, 노력을 하고 있느냐라는 것.
시작이 반이라는데, 정말 반인 거 맞나...?
지구의 미래, 내 꿈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삼시세끼 해 먹을 일이 더 깜깜한 건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