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일부터 한다, 금주

작심삼일

by 초록

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이 단어가 주는 위로를 좋아한다. 지키고자 마음먹은 것들, 여러 결심들이 사흘을 넘기지 못하는 건,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싶어서.

이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겪어왔고, 지금도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1월을 맞이하며 한 몇가지 '결심'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주 2회 이상 운동], [금주]와 같은 것들 말이다. [주 2회 이상 운동]은 작심삼일 후, '일 하며 하루에 만보는 걸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합리화로 슬그머니 사라졌고, [금주]는 아직까지 내 '결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막걸리를 좋아한다. 노란 플라스틱 막걸리 잔에 걸쭉하게 떨어지는 막걸리를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소주 혹은 소맥을 좋아했는데 (잘 마시진 못하나, 한 번 먹을 때 멋있어 보이는 걸 좋아한다.) 아이를 낳은 후로는 정말이지 소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막걸리였다. 입맛이 없을 때,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결심'했을 때, 너무 지쳐 밥 먹는 것조차 귀찮을 때, 육아에 버거움이 느껴질 때 등 다양한 순간, 막걸리는 나의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복직 후에 더 커진 막걸리 사랑은, 자연스럽게 퇴근 후 반주로 이어졌다. 막걸리가 주는 넘쳐 나는 에너지는 곧 내 배를 통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약 10년을 넘게 이은 내 '체중탄력성'을 결국 뛰어넘어 현재 나는 내 인생 최대 몸무게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살이 쪄서 [금주]를 결심한 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보게 된 유튜브 동영상에서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 혹은 술, 비만 등을 꼽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심히 지나쳐 가던 때, 아이가 말을 했다.

"이다음에 내가 혼자 있을 때에 내가 강아지를 키우면 좋겠어,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어?"

"갑자기? 혼자 있을 때? 왜?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고 싶어?"

"아아, 그건 아니고~ 엄마랑 아빠가 죽고 나면 나 혼자 있을 때 무서울까 봐."

"...... 아아, 그렇구나. 엄마랑 아빠가 죽고 난 후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냥 너 좋아하는 걸로 키워."

알 수 없는 묘한 기분 나쁨에 대충 아이에게 말을 던져둔 그날 밤, 잠든 아이의 곁에서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다 '결심'을 했다.

이러다 단명하면 안 되니, 일단 [금주]를 해 보자.


이렇게 '결심'을 화요일쯤 한 것 같고, 나는 그 주 금요일 신나게 막걸리를 마셨다. 그 이후로 꾸준히 마시고 있다. 이 정도면 알콜중독이 아닌가-를 스스로 의심하고 있다. (남편은 너는 절대 술 못 끊는다고 했다.)


깊은 자괴감에 글을 쓰며 오늘도 '결심'을 한다. 진짜, 오늘부터 안 마신다.

문득 내다본 바깥 풍경이 심상치 않다. 해가 쨍쨍하더니, 갑자기 여우비가 내린다. 그리고 천둥과 번개가 친다.


오늘인가! 오늘까지 마시고 내일부터 안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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