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니까.
이동(이게 제일 피곤함), 동네 산책, 서점투어, 박물관 견학, 과자의 성 체험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하루의 마무리 바다 물놀이까지! 4일을 바쁘게 지냈으니 오늘은 좀 쉬어가련다. 아이도 물놀이만 하고 싶어 했기에, 오늘은 여유 있게 일어나 동네 카페(라고 하니 굉장히 로컬느낌 난다.)를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서 나는 노트북을 꺼내 유치원일을 처리하고 아이는 오늘의 pick 활동지를 꺼내어 나름의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 구경도 하다 보니 1시간 30분이(마지노선이다.) 훌쩍 지났다.
"엄마, 이제 물놀이하러 가자."
그 말을 신호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집(속초)에서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간식을 챙겨 바다로 향했다. 우산 형 파라솔을 펴고 작은 돗자리(사람이 앉는 용도가 아니다, 소중한 간식이 올라갈 자리다.)를 깔았다. 이제 본격적인 물놀이 시작이다.
바지 주머니 빵빵하게 부풀리기, 수달 놀이하기(아기 수달이 되어 엄마 수달과 함께 수영하기), 수영하기(물에서 허우적거리기) 모래 놀이하기까지 코스별로 다양하게 즐기고 나니 내 체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고로, 이제 무언가로 체력을 채워야 한다. 그러니 먹자.
"엄마는 이제 힘들어서 좀 쉬고 싶어, 뭐 좀 먹을라고."
자연스럽게 한창 놀던 모래놀이 장소에서 멀어지며 슬금슬금 돗자리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 그래? 그럼 나도 뭐 먹을까, 뭐 있어?"
"귤, 우유, 비타민 젤리?"
"뭐야아아 아, 싫어. 뭐 맛있는 거 없어?(이 그림책을 괜히 봤다.)"
"없어."
"아니야, 복덩이는 뭔가 치킨이 먹고 싶은 거 같아."
"웬일로 먹고 싶은 게 구체적이야? 오케이! 그 정도는 사줄 수 있지!"
바로 손을 잡고 집(속초) 옆에 위치한 닭강정 가게로 향했다.(혹시 몰라 언젠가 먹어보겠다 벼르고 있었음.) 대게닭강정으로 유명하다고 쓰여 있어서 대게닭강정(소)으로 주문하고 어른을 위한 음료, 맥주도 주문했다. 기분 좋게 흥얼거리며 기다리던 복덩이는 포장한 닭강정을 들고 기뻐 어쩔 줄 몰라하였다.
"빨리 먹자!~"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를 내어 말하며, 기대에 가득 찬 손을 뻗어 기대에 가득 찬 입에 넣어 오물오물.
"...... 근데 조금 매운데?"
"아 그래? (한 개 들어 먹어본다.) 아닌데? 그렇게 안 매운 거 같은데? 너 저번에 먹었던 소바(하마식당) 보다 훨씬 안 매운걸."
"아니야, 진짜 매워. 이거 말고 다른 치킨은 없어?"
"...... 없어. 너 맛이 없어서 그런 거지."
"엉ㅎ, 이거 맛이 없어. 근데 진짜 조금은 매워."
들켜버린 속마음에 멋쩍은 웃음을 지며 말하던 복덩이는 진심으로 다른 치킨을 찾기 시작했다. 바삭바삭하며 맵지 않은 데다가, 식지 않은 그런 치킨.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게 맵고 맛이 없으면 그냥 우유를 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손에 쥐고 있던 대게닭강정 하나를 입에 넣지도 않고, 떨어뜨리지도 않은 상태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흐으으윽... 흑.... 흐으엉, 맛이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먹어, 흐으으어어어어어어엉......"
맛이 없는 건 먹을 수가 없다니, 대게닭강정이 속상해할 이야기다. 보릿고개를 지나 온 할머니들이 들었으면 그라데이션 분노가 나왔을 이야기다. 그렇지만, 대게닭강정은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지 않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 음식을 샀어. 그냥 버리면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거야. 엄마는 맛이 없어도 눈물이 나올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먹긴 할 거야. 너가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안 먹어도 돼. 그렇지만 다른 치킨은 사지 않을 거야. 배고프면 싸 온 간식을 먹어."
아이는 눈물 젖은 대게닭강정을 내려놓고 우유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음식이 맛이 없어도 울 수 있다는 걸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점심은 그렇게 조촐하게 넘어갔다. 한 번 입맛을 잃기 시작하면 원하는 음식도, 먹을 의지도 잃는 아이라 결국 저녁은 먹어야 한다고 싸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가. 먹고 싶지 않았던 음식을 억지로 주문했는데 의외로 내 취향일 수도 있고, 내 취향이라고 생각해서 주문했는데, 맛이 내 기대보다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주문했으나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수도 있는 거지.
'한 번 사는 인생 내 취향인 음식들로 가득 채워나가야지'로 내 인생을 채우기엔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음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 음식을 책임지고 싶은 거다. 그리고 난, 이런 태도를 아이에게 전달이 되길 바란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실패'를 겪을 수 있는데 그걸 책임질 생각을 안 하고 '버릴'생각을 한다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
맛있는 음식만 먹으며 하는 여행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하고자 하는 여행이 아니다. 여행은 벗어나는 것이다,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장소)에서 벗어났어도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나는 내 일상을, 우리의 일상을 건강하게 지키고 싶다. 이왕이면 '지구'도 지키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 일타이피, 일거양득, 도랑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등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