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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풍석포제련소 Apr 06. 2021

경북이 380억 원 투자해서 살리려는 동물의 정체


지난 7월, 광화문 광장에서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폐사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농가 사육곰 22마리를 2020년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이주시키기로 한 것인데요. 이번 사육곰의 미국 이주 추진은 전국 농가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한 선례가 되어주고 있어요.


지난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을 증대시킨다는 목적으로 곰 수입 장려정책을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한국이 CITES(멸종위기종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2005년 야생생물법이 제정되면서 곰 사육은 사양 산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현재 30개 농가에 431마리의 사육곰이 우리에 갇혀 죽을 위기에 쳐해 있습니다.

국내에는 중대형 포유류를 위한 보호공간이 없기 때문에 일부 곰들은 해외 보호공간으로 이주했는데요. 모두 다 해외로 보낼 수 없어 현재 남은 95%의 사육곰은 국내 보호공간에서 보호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사육곰을 포함한 야생 동물들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필요하죠. 이런 상황에 발맞춰 경북에서는 초대형 생태서식공간을 갖춘 국내 첫 국립 조수보호원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철창 말고 새집 주세요

국내 최초 야생동물 생츄어리 조성 추진


생츄어리(sanctuary)는 사전적으로 보호구역, 피난처, 안식처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개인이나 폐업 동물원 등과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 생활하거나 학대당하고 있는 사육곰이나 야생동물들을 이주시켜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평생 보호하는 시설을 말하죠.


야생동물 생츄어리는 인공구조물 중심의 동물원, 임시보호 목적의 야생동물구조센터와 달리 자연생태 그대로를 이용하고 동물이 평생 살아갈 공간으로 조성됩니다. 선진국에 다양한 생츄어리가 조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경상북도에서는 봉화군 춘양면 일대에 야생동물 생츄어리를 조성을 추진할 예정인데요. 인적이 드물고 산으로 둘러 싸인 지역이기 때문에 동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평지, 숲, 습지 등 다양한 서식지 제공이 가능한 천혜의 지역이라고 해요.

국립 백두대간 야생동물 생츄어리는 축구장 10개 정도 규모인 24만 5천689㎡ 부지에 방사장, 치료검역센터, 생물다양성 교육 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으로, 특히 이곳에는 사육곰을 위한 보호시설이 포함되어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좁은 철창에 갇혀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사육곰 150여 마리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해요. 인간 중심이 아닌 동물 중심의 생태 시설로 고통받았던 동물에게 행복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

동물들의 자유가 보장된 생츄어리


2018년, 3년 가까이 8평의 작은 격리 방에서 갇혀 지낸 사자 가족이 자유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위치한 야생동물 생추어리(TWAS)로 옮겨졌어요. 사자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TWAS는 1980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비영리 야생동물보호 생추어리인데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남미, 스페인 등에서 동물원, 서커스에 이용된 동물들과 전시시설에서 과잉 번식으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영구적인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

TWAS은 전체 면적 319만 ㎡ (96만 6000평)에 조성된 초원에서 450여 마리의 사자, 호랑이, 늑대, 곰 등을 보호 중입니다. 직원 55명과 자원봉사자 160명, 수의사들이 동물들을 돌보고, 후원자들의 기부로 운영되고 있죠. 현재는 시설을 더 확장하기 위해 언덕, 계곡, 초원으로 구성된 3643만 ㎡  땅에 새로운 생츄어리를 짓고 있다고 해요.

동물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TWAS은 다른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물론 경북 국립백두대간 야생 생츄어리가 나아갈 방향성도 함께 제시해주고 있어요.



기대되는 효과

국립백두대간 야생동물 생츄어리의 의미


국내 최초로 야생동물 생츄어리 조성 추진이 알려지자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어요. 사육곰의 증식은 금지되었지만 현재 5년 이하의 곰 개체도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사육곰들 중 일부는 25년 이상을 지금과 같은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 사육곰 산업 종식을 을 위해서는 곰들의 복지 또한 반영되어야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경북에서 추진될 야생 생츄어리는 동물을 우선한 보호구역으로 동물보호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대부분이 야생동물에게서 사람에게로 전이되면서 야생동물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까다로운 사육 조건이나 경영 악화로 버려지거나 방치되어 있는 동물들을 야생동물 생츄어리에서 적절하게 보호·관리함으로써 인수공통 전염병 발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

경북이 동물보호에 집중하는 이유


경상북도에서는 국립백두대간 야생동물 생츄어리 조성을 준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동물 그리고 사람, 생태계-원헬스(One Health) 회복>이라는 비전을 설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환경-동물-사람의 건강은 서로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인데요. 환경보호와 동물의 건강성 회복이 사람의 건강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뜻해요. 인간이 마음대로 자연을 이용하고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경상북도는 꾸준히 자연환경 보존에 힘써오고 있어요. 지난 2018년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과 옥석산 일대에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생물자원을 보전하고 한반도 산림생태계의 핵심축인 백두대간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백두대간 수목원을 조성했죠. 이곳에서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 종자를 보전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7개의 자연공원이 있고, 생태경관 보전지역 전체 면적의 45%가 위치해있는데요. 멸종 위기에 처한 곤충을 보존하기 위한 잠사곤충사업장은 물론 멸종위기 해양생물 복원을 위해 해양생물종복원센터 유치에도 힘쓰며, 소중한 자연을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나간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경북은 영주시에서 개최된 '백두대간 협력 프로젝트'와 같은 백두대간 권역 상생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꾸준히 개발 중입니다. 백두대간 권역의 6개도 32개 시군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는 백두대간 권역의 체계적인 관리를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는데요. 백두대간 지역의 지속적인 이용·활용 방안을 물색해 지역 발전은 물론 초광역적인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힘쓸 예정이라고 해요.



동물보호 실천

동물이 마음 놓고 살아가는 땅


과거 사용했던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동물을 우리 가족처럼 생각하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됐습니다. 그만큼 동물 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은데요. 그동안 버려진 채 방치되었던 많은 야생 동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국립백두대간 야생동물 생츄어리 조성을 통해 야생 동물들의 복지가 보장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는 이만 여기서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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