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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풍석포제련소 Jan 26. 2021

[석포제련소]못생겼다는 이유로 13억 톤 버려진 이것


작년 12월, 지역 농가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을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상품성이 없어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의 유통을 도와 화제가 되었습니다. 방송인 백종원이 깎아 먹기 어렵게 생겨 잘 사 가지 않는 못난이 감자 30톤의 판매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부탁하자 어려운 농가 상황을 고려해 흔쾌히 수락한 것이죠.


정용진 부회장은 못난이 감자 30톤 구매 후 자택에서 직접 못난이 감자로 감자 옹심이를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을 SNS에 올리기도 했죠. 그 뒤로 과잉 생산돼 재고로 버려진 못난이 왕 고구마 300t까지 유통하며 못난이 농산물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어요.

예쁘지 않고 흠집이 있다고 버려지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들과 비교했을 때 맛이나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어요. 단지 무게나 모양 등의 차이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농산물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표준규격 미달

못생겨서 버려지는 농산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은 전 세계 농산물 중 약 13억 톤이나 된다고 해요. 세계 총 식품 생산량의 무려 3분의 1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죠.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4,000억 달러(약 466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못난이 농산물의 경우, 맛과 품질은 일반 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지만 무게와 크기, 모양의 차이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사람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농산물도 제각각 그 크기와 모양이 다를 수밖에 없답니다.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상처가 많은 경우, 색깔이 예쁘지 않은 것 모두 이에 해당하죠.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유통 기준은 농산물 표준규격에 따라 운영하는데요. 품종별 특성에 따라 고르기, 크기, 형태, 색깔, 신선도, 결점, 숙도 등 품질 구분에 필요한 항목을 설정해 등급 규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통 업체에서 판매와 관리가 수월하도록 농산물을 규격화하면서 상품의 기준을 맛이 아닌 크기와 모양으로 정했기 때문이에요.



버려진 농산물의 반격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기 농산물


표준규격에 맞지 않는 못난이 농산물들은 B급으로 분류되어 대부분 판매대에 진열되어 보지도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요. 과수원 같은 곳 보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과일은 그냥 땅에다가 버리는 경우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폐수나 플라스틱도 아니고 폐 농산물 정도는 그냥 버려도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농산물에는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악취가 발생해요. 썩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악취는 물론 메탄가스도 생겨나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큰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환경오염 물질로 오일 및 가스 채굴 과정에서 유출되거나 폐수처리, 가축들에 의해서도 대량 발생되고 있어요.

게다가 땅에 매립되어 썩는 농산물들은 
고농도 폐수를 생성하기 때문에 토지는 물론 수질 자원까지 오염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역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토지가 병들고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서식까지 파괴되고 말아요. 못난이 농산물을 버리는 방법보다는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환경 문제가 크기 때문이에요.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

못난이 농산물의 재탄생


세계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푸드 리퍼브는 음식을 뜻하는 Food와 재공급품이란 뜻의 Refurbished의 합성어인데요. 상품으로써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들의 가치를 다시 높이는 환경운동으로 환경보호는 물론 자원낭비도 막는 효과가 있어요.


푸드 리퍼브는 2014년 프랑스의 한 마켓에서 시작됐는데요.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쉐에서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포스터를 내걸며 알려졌어요. 프랑스에서 출발한 푸드 리퍼브는 유럽 전역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됐어요. 이 이벤트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미국 월마트

미국의 월마트, 크로거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은 일반 채소보다 30~50% 저렴한 가격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선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에서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도 아주 인기가 많아요. 미국 내 유기농 농가에서 재배한 못난이 농산물들은 일반 마트보다 30%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현재 20만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했죠.


국내에서는 농가와 가공식품업체를 바로 연결하여 못난이 농산물의 유통을 돕는 파머스페이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동시에 괜찮은 농산물들은 업체에 납품하는 업체인데요. 오픈 이후, 47톤의 못난이 농산물을 유통했다고 해요. 덕분에 농가는 소득이 증대하고 농산물 폐기물이 감소하면서 사회적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었어요.



가치소비의 확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 변화


푸드 리퍼브에 대한 관심은 버려지는 농산물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은 물론 소비자와 농가 간의 만족도도 충족시켜주고 있어요. 합리적 소비는 물론 농가의 경제적 손해도 막아주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이 없게 못난이 농산물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환경도 살리고 낭비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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