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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풍석포제련소 Mar 04. 2021

[석포제련소]'통합만이 살길' 대구경북 재결합의 이유


수많은 정부가 존재하는 나라


지난 11월 3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큰 이슈였는데요. 많은 득표수가 당락을 가르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 방식을 실시하기 때문에 선거인단 확보가 대선 승리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뉴스

그런데 왜 미국은 직접 선거 방식이 아닌 간접선거 방식을 도입한 걸까요? 그건 바로 미국이 여러 개의 주(States)가 연합하여 구성된(United)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국가 설립 초기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이 미국 곳곳의 자신들만의 정부를 세운 것이 50개 주로 늘어나 지금의 연방제로 유지되어 오고 있어요.

각 주의 독립권을 인정해 주는 연방제처럼 한국 역시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어요.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을 갖고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으로 도시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행정 통합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다시 모여라

전국에 부는 초광역화 바람


최근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행정구역 통합을 시작으로 초광역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34년 전 분리됐던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지자체 간 행정통합을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충청도는 충청권 4명의 시도지사가 인구 550만 명의 광역경제생활권인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경남·부산·울산의 경우 경제 산업, 문화 관광, 생활권 등의 공동체 형성을 추진하고 있어요.


YTN ,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서명식

특히 대구·경북은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행정구역 통합을 논의하며 행정통합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대구 시장과 경북지사가 강력하게 행정통합 진행을 피력한 만큼 가장 기대된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도의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경남·부산·울산은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논의와 함께 경남과 부산은 행정통합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라며 공식 석상에서 행정통합을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자 정부도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화제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KBS 광주방송총국 특별대담에서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적극 지원할 의향을 갖고 있다."라며 행정통합 추진에 힘을 실었어요. 그런데 지자체는 왜 행정통합과 광역경제공동체 형성 추진에 힘쓰는 걸까요?



수도권 집중 현상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지역 경쟁력 확보


전국 광역시·도마다 이웃한 시·도끼리 행정통합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수도권에 맞서 지자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접 광역시·도끼리 통합해 인구와 경제규모를 불려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고 수도권은 팽창을 거듭해 날로 광역화, 비대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지방은 청년 인구의 수도권으로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소멸 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 소멸 지수 2019'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97곳(42.5%)에 달해 위기감이 더욱 커졌죠.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지자체들은 
단일한 광역경제권 형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광역경제권 형성이 절실한 건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제·사회·문화적 자원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광역경제권의 핵심 전제 조건은 광역행정 통합입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광역화인데요. 지역 균형 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연대해 통합적 비전을 실현해가는 계획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역 경제 부활 

행정 통합 공론화의 선두에 선 대구·경북


경북은 다른 지자체들보다 한 발 앞서 대구와 손잡고 통합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1981년 분리 이후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인구감소 경기 침체 등을 들 수 있는데요. 현재 대구의 1인당 GRDP (지역 내 총생산)는 28년째 전국 광역단체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북마저 4위(2017년)에서 6위(2018년)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주력 산업인 철강 생산 공장 등이 빠져나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경북의 산업 심장인 51년 전통의 구미산단은 쇠락해가고 있습니다. 과거 빈 땅이 없었던 구미산단은 최근 공장 가동률이 71%로 떨어졌어요. 수출 실적은 2013년 367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 232억 6천만 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묘책으로 대구·경북은 광역경제권을 구현하는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대구시 8개 구 군과 경북 23개 시군을 합쳐 인구 510만이 넘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거듭나 경제력과 인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미산단 같은 취약 산업 시설에 예산을 쏟아부어 구미산업공단의 부활도 함께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 위원회'를 공식 출범했으며, 최종 결정안을 마련해 오는 2022년 7월까지 행정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해요.


출처: 대구시

지역의 경제 기반과 행정 체제를 통합해 인구 500만~800만 명 급의 슈퍼 지자체가 형성하게 되면, 한 곳에 예산을 집중해 규모의 경제도 진행할 수 있어요. 게다가 하나의 광역 경제권을 구성하면 지역 내 총생산이 모두 늘어나게 되죠. 지역 내 균형 발전은 물론 행정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 장점이 많아요.

하지만 시도 통합 공론화 위원회 운영, 주민 투표, 지방자치법 개정 등 과제도 많아요. 특히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 통합 논의가 일어났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어 지속 가능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아요. 단순히 지역 통합이라는 이슈 던지기에 끝나지 않도록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랍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른 수익 향상



효율적인 행정처리

해외 지역 통합 사례에 주목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역 통합을 추진한 사례가 많습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행정통합 준비를 진행하는 지자체도 있는데요. 단순히 따라 하기보다 한국의 실정에 맞게 외국 사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들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광역단체들의 통합 후 최종 모델은 어떤 형태인지, 소속 시군의 개편 문제나 효율적인 행정처리 문제, 지역 내 균형 발전은 어떻게 해소했는지 등 난제들의 좋은 사례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9~13개로 리모델링하는 행정개편을 진행 중인데요. 나란히 있는 지자체 간 행정력이 중복돼 각종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은 2018년 4월 기준으로 20개 정령(政令) 지정도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정령시는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에 속하지만 경찰·광역도로·광역 하천 등의 업무를 제외한 권한을 대폭 이양받아 도도부현에 준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2016년 광역 지자체인 레지옹(region) 22개를 13개로 통폐합했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행정 비효율과 재정 지출을 줄이는 차원이었습니다. 동시에 기초 자치단체인 코뮌(commune) 여러 곳을 묶어 메트로폴(Metropole ·대도시권)로 지정해, 행정 단위를 넘어 주거 정책 등 도시계획을 짤 수 있도록 했죠.


영국은 2000년 런던시와 주변 32개 지자체를 아우르는 광역 런던 정부(GLA)를 출범시켰습니다. 교통, 지역 경제 및 산업, 보건 등 기초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담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광역 런던 정부가 맡도록 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실행된 개편이었습니다.



광역 행정 통합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 경쟁력 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 경제에서 경쟁 단위는 국가가 아닌 지역인데요. 국내 지자체 역시 행정통합을 통해 지자체만의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을 기대해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민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란 것 잊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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