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과 선비, 도산 서원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안동인데요. 안동의 또 다른 별명이 '물의 도시'라는 것 알고 계시나요? 안동은 2018년 국가하천 유지 보수 사업 지자체 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수질을 관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 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프라이드도 강하죠.
2017년 평화롭고 아름다운 안동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안동댐 주변에서 서식하는 왜가리 3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입니다. 이듬해 또다시 왜가리 2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지역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죠.
언론사와 환경단체는 왜가리 집단 폐사에 주목했습니다. 안동댐이 중금속으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왜가리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원인으로 '석포 제련소'를 지목했습니다. 석포 제련소에서 배출된 중금속 폐수가 안동댐을 오염시켰다는 거죠. 석포 제련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연을 생산하는 곳으로, 안동댐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안동댐을 오염시킨 범인으로 지목된 석포 제련소에 대한 오해는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안동댐 상류 지역 상류 지역에서 물고기 약 17,28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도 환경단체는 떼죽음의 원인으로 석포제련소를 의심했습니다.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안동댐에 유입되어 물고기가 중금속에 중독되었다는 가설을 제기한 것이죠.
대구지방환경청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중금속 중독으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3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 수은과 납, 카드뮴 등의 항목이 수산물 기준 이내였습니다. 중금속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폐사한 물고기와 대조군 물고기의 체내 중금속 농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대구지방환경청의 조사 결과 석포 제련소와 물고기 집단 폐사는 관련이 없지만, 환경 보호 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부 기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죠.
물고기 집단 폐사와 마찬가지로 왜가리의 죽음에도 석포 제련소에 대한 의심은 계속되었습니다.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자, 대구지방 환경청과 경북대학교 수의 과학대 연구팀이 왜가리 집단 폐사를 조사하는데요.
환경단체의 의심과 달리 폐사한 왜가리에서는 미량의 중금속이 검출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검사 결과, 카드뮴과 비소는 검출되지 않았고 납은 정상 수치를 띄었습니다. 수은은 안동댐에 서식 왜가리가 타지역 왜가리 0.28㎍/g보다 높았지만, 폐사를 일으키는 농도인 8.5㎍/g에는 훨씬 못 미치는 양이었죠.
대구지방 환경청은 뜻밖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정밀 조사 결과, 왜가리의 경쟁종인 중대백로의 공격이 왜가리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거죠. 2019년 5월부터 7월까지, 3번에 걸쳐 모은 자료에 따르면 안동댐 주변에 330여 개의 왜가리 둥지가 감소한 반면, 중대 백로가 증가한 겁니다. 왜가리보다 늦게 안동댐으로 이동한 중대 백로가 둥지를 뺏기 위해 왜가리 새끼를 공격한 겁니다. 실제로 왜가리 폐사체 중 80%가 새끼였습니다.
중대백로와의 서식지 경쟁이 왜가리 폐사의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며 석포제련소는 ‘왜가리 집단 폐사의 원인’이라는 오명을 벗었어요.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는 여전히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동 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중대백로 영향이 있다고 해도 안동댐 상류의 왜가리 폐사율은 지나치게 높다"라며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그룹은 ‘안동댐 오염’의 주범이라는 주홍 글씨를 없애고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환경 개선 계획을 세우고 2015년부터 4,333억 원의 투자를 실행하고 있죠. 실제로 2018년까지 1,4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대기질, 수질, 토양, 폐기물, 소음 등에 개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전 세계 제련소 최초로 아연 제련에 쓰인 물을 방류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완공했습니다. 올해부터 ‘자원순환 100% 공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외에도 지하수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4중 차단 시설 보강 및 신축하고 오염된 지하수가 하천으로 침출되는 것을 막는 대규모 지하수 차집 시설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월 단위로 환경과 안전 관리 내용을 경상북도청과 환경부에 보고하며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는 안동댐 왜가리 집단 폐사에 대한 누명은 벗었지만, 제련소 근방의 오염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은 비난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지역과의 상생과 환경 개선을 위한 영풍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영풍은 지속해서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며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변하고 있는데요. 무조건적인 비난 대신 잘못한 것은 비판하고, 잘한 것은 손뼉 쳐주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