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허리 한 번 못 펴고 농사를 짓는 나이 지긋하신 농부들이 떠오른다면,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왔습니다. 농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죠. 농촌도 이제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는데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따르면 스마트 팜에 대한 관심도가 최근 3년간 25% 증가했어요. 최근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도 스마트 팜에 대해 다뤄 화제가 됐죠. 편견을 깬 스마트한 농촌의 모습이 나와 놀라움을 줬는데요. 정부는 한국형 스마트 팜인 K-farm을 구축하는데 7년간 3867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스마트 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올라갔습니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스마트 팜이란 무엇이고, 스마트 팜을 더 스마트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스마트 팜은 자연에 의존하며 농작물을 키우던 전통적인 농업과는 다릅니다.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측하고, 가장 좋은 상태로 관리하는 4차 산업혁명을 등에 업은 농업 방식입니다. 햇빛 대신 LED 빛을 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정할 수 있죠. 농작물에 가장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고, 농부는 수확 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보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분야가 농업인 만큼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으며 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스마트팜 중 세계 최대의 수직농장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에어로팜스는 '분무형 스마트 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땅에서 농작물을 키울 때는 45일이 소요되는데요. 에어로팜스는 특수 제작된 천 위에 작물을 키우면서 천 위아래로 뻗은 뿌리에 영양분이 섞인 물을 분무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기존보다 물을 95%나 적게 사용하며 비료도 절반 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에어로팜스에 따르면 일반 농장과 비교해 동일 면적당 생산성이 390배에 달하며, 13만 개가 넘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작물을 키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술의 개발로 물과 비료, 토지는 적게 쓰며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물과 비료를 적게 써 친환경인 것 같지만,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농업이 스마트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마트 팜을 운영하는데 기초가 되는 첨단 온실의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기 때문인데요. 유리온실에 층고가 높을수록 에너지 비용은 더욱 증가하죠. 비용과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화석 연료 대신 사용될 에너지 개발이 필수입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란 신에너지와 재생 에너지를 모두 뜻합니다. 신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와 산소 등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나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해요. 수소로 움직이는 수소차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재생 에너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등을 말하는데요. 햇빛이나 물, 강수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뜻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화석 연료와 달리 고갈되지 않고, 친환경적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스마트 팜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될까요?
국가 에너지 소비량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농산물 생산비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봤을 때 농산물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지만, 인건비나 농기자재 비용, 화석 연료비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 팜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농가가 돈을 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전문가 이인규 대표는 저비용 에너지 체계로 온실 난방비를 50%만 절감해도 영업이익이 10% 이상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면 화석연료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오일샌드 등을 말하는데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지만, 화석 연료를 추출하는 것 자체만으로 환경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추출하고 이동시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다양한 환경 오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또, 화석연료는 고갈 위험까지 있어 지속 가능한 스마트 팜을 위해선 신재생 에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도 지속 가능한 스마트 팜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요. 한국전력은 화석 에너지를 쓰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실증 단지를 준공했습니다. 태양광과 ESS가 결합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 팜으로 농업에 전기 및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재생 전원을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고, 농촌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죠. 그런데 태양광은 알아도 ESS는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신재생에너지에 꼭 함께 따라다니는 ESS는 무엇일까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에 의존하는 신재생 에너지는 생산량의 변화가 심합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죠. 이런 공급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입니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데요. ESS의 성능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스마트 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특히 공장과 공공기관 등을 포함해 전력 사용량이 큰 건물일수록 효과가 더 크며, 환경에도 이로운 영향을 주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강화로 에너지 사용이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ESS 도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아연 생산 업체인 영풍 그룹의 석포제련소 또한 신재생 에너지 사용에 동참했는데요. 2017년 ESS 피크제어 및 DR을 결합해 국내에서 최초이자 최대인 33MWh 규모의 ESS를 구축해 환경 보호에 앞장섰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제련소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죠.
스마트 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의 짝꿍인 ESS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환경오염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요. 신재생 에너지와 ESS 사용의 증가로 지속 가능한 미래에 한 발짝 더 가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