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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풍석포제련소 May 17. 2021

별을 보지 않는다? 네이처가 선정한 천문학자의 에세이

[영풍X사월이네]『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리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은 인간이 하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일찍 태동한 학문 중의 하나입니다. 선사 시대의 여러 문명들은 피라미드, 스톤헨지와 같은 유물을 남겼고, 바빌론, 중국, 인도, 마야 같은 동서양의 초기 문명들 또한 밤하늘에 관한 많은 관측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현대의 천문학은 물리학, 화학, 공학 등을 활용해서 허블 우주망원경, 전파 망원경, 웹스터 망원경 등 우주를 관측하는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이 망원경의 발명이 천문학의 현대 과학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죠. 그런데 막상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별을 들여다 볼일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영풍X사월이네 북리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입니다. 2021년 출간 되었구요. 출판사는 문학동네, 저자는 심채경, 페이지 수는 272페이지입니다. 오늘은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천문학자의 일상, 그리고 천문학 지식이 함께 어우러진 천문학 에세이를 가지고 왔습니다.

저자는 무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한 인물, 심채경씨입니다. 에세이라는 장르가 워낙 폭넓은 작가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직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너무 심하게 전문성을 띠는 경우에는 오히려 독자층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문학, 어떠세요? 요즘 별 볼 일 있으신가요? 도시에서는 밝은 조명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이 잘 안 보입니다. 그런데 도심을 살짝만 벗어나도 반짝이는 별이 보입니다. 낭만 터지는 순간이죠.

얼마 전에는 NASA에서 발사한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착륙 소식이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는데요. 이게 사람들이 전혀 관심 없는 분야라면 이렇게까지 보도는 안 했을 겁니다. 뿐만아니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어 인기를 얻고, 연인에게 하늘의 별을 따준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천문학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우 어려운 학문이긴 합니다. 엄청난 이과적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을 업으로 하는 천문학자라는 직업, 만만치 않겠죠? 그렇기에 그 일에 대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어려운 학술지나 전문서적이 아닌 에세이로 쓰였습니다.

천문학자로서 이론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직장인의 이야기, 아이 엄마로서의 자녀에 관한 생각,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야기, 자신이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과거이야기 등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인데요. 덕분에 우리는 천문학자의 일상을 부담 없이 엿볼 수가 있게 됩니다.

사실 막연한 직업이잖아요?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전문성을 꽉 붙들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야기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행성과학자가 알려주는 우주지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이죠. 이렇듯 이 책은 천문학자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우주와 삶에 관한 다양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 함께 책을 살펴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둘러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표지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구성인데요. 신기한 점은 한 겹 벗겨내면 전혀 다른 색상의 표지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별이 또 있네요? 뭐랄까 어둠을 뚫고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지만 밝은 곳에서도 늘 존재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그럼 목차를 살펴보겠습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데요. 각 장의 제목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이과형 인간,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뭐랄까 전문적인 이야기와 사적인 이야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제목들입니다. 책 속에도 텍스트가 검은색 주황색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덕분에 깔끔한 구성을 보여주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그럼 맨 처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아니, 천문학자면 대부분의 시간을 망원경을 들여다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별을 봐야 할텐데... 그런데 저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실제로는 행성에 관한 관측자료가 대부분 컴퓨터로 전송되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이 아닌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모습이죠.

이렇듯 이 책은 우리가 잘 모르던 분야인 천문학 그중에 천문학자의 일상과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학창시절 지구과학 수업시간에 등장한 이론에 매료되어 천문학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과를 전공하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이과에 가게 될 거라 생각지도 못했을 만큼 글쓰기와 독서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과생이 되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 다양한 책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굉장히 감성적인 글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특히나 우주와 부모 자식의 이야기를 어이없을 정도로 잘 짜 맞춘 파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크게 공감한 부분이기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주탐사선인 보이저 1호는 1977년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오랜 시간을 비행하며 수많은 우주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해왕성을 지나 태양계를 떠나려던 차에 카메라 방향을 돌려 지구의 모습을 촬영해 전송했고, 그리고 다시 멀고 먼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습니다.

보이저 1호가 전송한 지구의 사진은 너무나 흐리고 창백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 명명되었습니다. 저자는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노래를 부른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아이가 부른 노래의 제목은 “나는 우주비행사”입니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 어른 되면 우주비행사가 될 거예요.
우주비행선을 타고 높이 높이 우주로 날아가요.

“아니 그렇게나 멀리 간다고? 그냥 엄마랑 같이 지구에서 살자.” 지구를 엄마로, 보이저를 아이에 비유한 것이죠.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단락을 소개해드릴게요.

그 애가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돌아본 뒤 자신만의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아 주리라.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질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작품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리뷰였습니다. 혹시 천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천문학자를 만나시더라도 별자리 운세 봐달라는 말은 하지 말기로 해요. 천문학이랑 점성술은 다른 학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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