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일깨운 공동체 의식
2020년 추석,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자 콘서트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가수 나훈아가 큰 화제였습니다. 나훈아 콘서트 덕분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공동체 의식이 되살아났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시청자 1,000명은 나훈아와 함께 실시간으로 공연을 즐겼습니다. 1,000명에 든 시청자들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가족들과 한 공간에 모여 ‘나훈아 콘서트’로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미디어의 존재를 잊은 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사회적 현존감이라고 합니다. 나훈아 콘서트를 통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경험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미디어를 통해 공존감을 느끼는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가족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되었고 가족의 의미 또한 재발견하게 된 거죠.
코로나는 기존의 공동체 가치관에 큰 변화를 일으켰어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더불어 사는 삶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공동체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더 추구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우리는 공동체가 가지는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삶 속에서 소중한 가치에 대해 발견할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바로 마스크 착용 문제입니다. 코로나19는 치명률은 높지 않지만 전파력이 강력해서 개인 건강을 넘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난데요.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서 방역지침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공동의 목표를 두고 함께 싸워나가는 운명공동체가 된 거죠.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보여준 사례들도 많아요. 지역 주민들이 힘을 합쳐 코로나로 단절된 이웃을 위해 음식을 전달하고,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돌봐주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변에 누가 살고 있었는지 관심도 없던 우리가 이웃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한국은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의 방역 시스템을 활용했지만,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성공적인 방역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의 방역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할 정도인데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샌델은 "한국이 방역 성과를 거둔 이유는 넓은 의미의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에 있다"라고 평가했어요. 코로나 대응의 핵심이 '공동체 가치'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거죠.
공동체 의식으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나라가 또 있습니다. 바로 대만인데요. 대만은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며 코로나 대응을 이어나갔어요.
특히 대만이 주목받는 것은 데이터를 활용해 재난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시민 기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실시간 마스크 재고 어플로 대만 국민들은 소외되는 국민 없이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 사회는 "모두의 일을, 모두가 돕는다"는 디지털 사회 혁신을 통해 모든 이가 공동 창작자로서 함께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서 공동체의 힘이 발휘된 겁니다.
한국이나 대만과 달리 미국과 유럽은 개인주의적 성향과 사생활을 중시합니다. 그로 인해 코로나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코로나 발생 초기 때 마스크를 끼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마스크 사용을 격렬하게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코로나가 심화되면서 한국과 대만의 방역 사례를 본받아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따라야 한다는 전 세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자유의 핵심이 될 수는 있지만,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매일 마스크와 씨름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답답하고 숨이 차올라서 마스크를 내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요. 하지만 이런 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연대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겨운 싸움이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이겨낼 수 있어요.
나훈아 콘서트를 통해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된 것처럼 '나 혼자만 살 거야' 라는 개인주의적 생각보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킨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둡고 긴 터널에도 반드시 끝이 있습니다. 지금은 불확실해서 두려움이 몰려올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걷는다면 어둠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