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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풍석포제련소 Feb 05. 2021

멸종 동물 등장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워낭소리 촬영지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공간

    

서울의 두 배에 이르는 크기지만 인구는 전국에서 제일 적은 봉화. 사람의 발길이 적은 만큼 자연환경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봉화에서 잘 알려진 것은 한국의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금강송인데요. 봉화군은 2007년부터 소나무를 소재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유토피아, '파인토피아(Pinetopia)'를 지역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어요. 오염되지 않는 파인토피아를 찾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지 않나요?


봉화에는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 축인 백두대간의 자생식물 보존과 고산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는 무려 100년 자취를 감췄던 백두산 호랑이가 살고 있다고 해요. 축구장 7개 크기의 넓은 호랑이 숲에는 백두산 호랑이 5마리가 살고 있어 직접 호랑이를 볼 수 있죠. 깨끗한 자연도 즐기고 희귀한 호랑이까지 만날 수 있다니 갑자기 봉화가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봉화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정자와 고택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한데요. 백두대간의 중심인 봉화 지역의 특성을 담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유서 깊은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지조 높은 선비의 숨결이 곳곳에 배어있죠. 지금부터 어떤 전통문화들이 이곳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지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전통과 사람이 어우러진 곳

"경북의 숨은 보석, 봉화 전통마을"


봉화에는 안동 권씨의 닭실, 의성 김씨의 바래미, 진주 강씨의 버저이마을까지 한글로 된 집성촌이 여럿 있습니다. 사화를 피해 도망친 양반들이 안동보다 더 내륙인 봉화에 들어와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해요.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고택들이 자리 잡고 있는 전통마을들은 마치 과거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합니다.


가장 먼저 만나볼 곳은 닭실(달실) 마을로 조선 중기의 학자 충재(冲齋) 권벌(權橃)이 세운 마을입니다. 충재 선생이 기묘사화 때 내려와 정착하면서 안동 권씨 집성촌을 이루었는데요. 그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며 대대로 살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닭실 마을을 영남지역의 4대 길지라고도 설명했을 정도로 산천이 아름다운 마을이기도 해요.


두 번째로 만나볼 마을은 바래미 전통마을입니다. 이곳은 의성 김씨의 집성촌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100여 가구 중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독립유공자만 14명이 나왔을 정도로 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유학에 기초한 전통을 잘 이어나가며 역량 있는 인재들도 많이 난 곳이죠.


버저이(법전) 마을은 진주 강씨 집성촌으로 병자호란 당시 의금부 도사를 지냈던 강윤조 선생이 두 아들과 함께 정착한 곳입니다. 두 아들이 각각 오른쪽 음지마을, 왼쪽 양지마을로 나뉘어 소론과 노론으로 나뉜 것으로도 유명하죠. 아름다운 고택들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옛 선비들의 꼿꼿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답니다.



품격 높은 양반문화를 만나다

"맑은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고택"


봉화는 금강송이라고 불리는 춘양목 못지않게 정자와 고택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요. 지금부터 운치 있는 정자와 고택들을 둘러보도록 할게요. 계서당 (국가 민속문화재 171호)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의 실존 인물인 성이성의 생가로 4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경북 북부 지방 ㅁ자형 전통가옥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주택 발달사 연구를 위한 귀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닭실 마을에 자리한 청암정 권벌이 정치에서 물러나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퇴계 이황 선생도 시를 지어 극찬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청암정에 자리하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죠. 청암정 뒤쪽에는 종손들이 조상들의 유품을 보관하고자 만든 유물전시관이 있어 후손들이 가문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답니다.


영주·봉화 지역에서 국가지정문화재 1호로 지정된 곳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3·1 운동 직후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이 중심이 되어 독립청원서 초안을 작성했던 만회 고택입니다. 이곳에서 작성한 독립청원서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죠. 그만큼 만회 고택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가득한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통가옥의 산실이라 불린 만큼 고택이 즐비한 봉화에서 건축사적인 면에서 칭송받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만산고택입니다. 현존하는 조선 말기 개인 한옥 중 최고 수준의 건축미를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행랑채에 걸려있는 '만산'이라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이 쓴 것으로 원본은 서울의 박물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삶과 자연

"조화의 미덕이 만드는 미래"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조화입니다. 집의 내부와 바깥 경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을 우선으로 하죠. 그래서 한옥이라는 주거 공간 자체만 보존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한옥과 어우러진 자연 역시 함께 보존해야 합니다.


우리의 터전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과 자연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요. 지역 발전을 위해 자연을 포기하는 것이나 환경보호를 위해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을 제쳐두는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모든 것은 서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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