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333 시즌2(5월~8월) 옷장 만들기
5월이 되자 날이 제법 더워졌다. 아침 저녁은 쌀쌀했지만, 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더웠다. 하지만 내 옷장에 반 팔은 두 벌 밖에 없었다. 눈이 내리던 3월부터 시작한 시즌1 옷장에는 얇은 롱코트, 경량패딩, 목티, 기모티셔츠 등의 겨울 옷부터 변덕스러운 봄날에 입었던 네이비 트렌치 코트, 검은 자켓, 긴팔 셔츠, 긴바지 등 대부분의 옷이 다 길고 더웠다. 5월 초반에는 시즌1 내내 잘 입었던 흰색 긴팔 티셔츠의 소매를 걷고 다녔는데, 그것마저도 너무 더워졌다. 3개월을 채우고 6월부터 시즌2 옷장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6월까지 남은 날이 너무 많고 입을 옷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시즌2 옷장을 좀 일찍 만들어 5월 중에 시작하기로 했다.
시즌2 옷장을 만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프로젝트333>의 저자가 처음 옷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3개월 동안은 새 옷을 구입하지 말라고 해 옷을 못 샀는데, 드디어 옷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시즌2 옷장 목록을 정리하고 필요한 옷을 사고 싶었다. 옷장 문을 열고 검고 남색의 따뜻한 옷들을 다 꺼내 빨래통에 넣었다. 여름 옷을 넣어둔 옷상자를 열고 여름 옷을 꺼냈다. 지난 3월, 시즌1 옷장을 만들며 토스와 메이비로 가지 않고 살아 남은 옷들이지만, 시즌1을 끝내고 보니 다시 추려야 할 옷이 보였다. 안 입는 옷과 안 입을 옷을 떨떨한 마음과 함께 정리하고, 이번 여름에 입을 옷을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난 겨울 옷에 비해 여름 옷은 별로 없었다. 거기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3년 간 육아휴직을 하며, 내 여름 옷은 실내용과 놀이터/동네 산책용이 대부분이었다. 출근할 때 입을만한 옷이 거의 없었다. 작년 여름 제주도에서 한달살이 할 때 육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급히 구입한 원피스를 두고 고민을 했다. 제주도에는 생각과 달리 옷을 살 곳이 없어 비 내리던 밤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달려가 급하게, 그리고 생각보다 비싸게 구입한 원피스였다. 네이비(또 네이비!!) 반팔 롱 원피스로, 쉬폰 치마에 작은 나뭇잎 자수가 곱게 잔뜩 놓아진 특별한 날 입기 좋은 원피스였다. 보통 때였으면 옷장에 잘 보관하다 특별한 날 맘 먹고 한 두 번 입었을텐데, 이번엔 시즌2 옷장에 포함했다. 당장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기도 했지만, 프로젝트333을 시작하며 몇 번 안 입은 비싼 옷들을 손을 부들부들 떨며 버렸기 때문이다. 비싸고 좋은 옷은 그만큼 더 자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 옷상자에서 지난 3월 하와이를 가며 인터넷에서 급히 샀던 반팔 티셔츠들을 꺼냈다. 연보라색, 흰색, 먹색 티셔츠였다. 워낙 하와이 물가가 비싸 준비 과정에 돈이 많이 들기도 했고, 파란 하늘과 바다가 펼쳐진 하와이에서는 뭘 입어도 예쁠 거라며, 반팔 티셔츠가 다 거기서 거기지 생각에 인터넷에서 저렴한 티셔츠를 찾아 구입했었다. 하지만 시즌2 옷장을 꾸리며 다시 보니 옷은 없지만 입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연보라색 티셔츠는 옷장에 포함했고 먹색 티셔츠는 바로 토스로, 흰색 티셔츠는 고민하다 기본템이라는 생각에 며칠을 옷장에 걸어두었다.
고민한 흰색 티셔츠는 라운드가 아니라 V넥에 솔기가 여기 저기 뜯어져 빈티지 아우라를 마구 내뿜는 멋부린 티셔츠였다. 이 옷은 내가 가진 옷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무엇보다 왠지 입기 부담스러웠다. 예전 같으면 흰 티셔츠가 너무 멀쩡하고(사실 한 번도 안 입었고) 여름 국민 기본템이니, 버리지도 못하고 입지도 않은채 여름 내내 옷장에 걸어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흰색 티셔츠가 있으니 또 흰색 티셔츠는 사지 못하며(검은색과 남색은 그렇게 잘 사면서 흰색, 특히 흰색 상의는 내가 야박하다는 걸 이 프로젝트를 하며 알게 되었다),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거렸을 것이다. 그러다 입을 옷이 없다는 불만이 어느 선을 넘으면 내가 가진 옷과의 매치는 신경쓰지 않은채 화려하고 홀로 멋진 이상한 옷을 사고, 그것을 몇 번 입다 그냥 옷장에 간직하게 되었을 것이다. 프로젝트333을 시작하며 알게 된 나의 이 패턴을 생각하며, 며칠 옷장에 걸고 고민한 V넥 흰 티셔츠는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인터넷 쇼핑몰에서 정말 기본적인 라운드넥의 아주 평범한 흰색 티셔츠를 주문했다. 기본템은 단순할 정도로 기본적이어야 없으면 안 되는 그 기본템의 역할을 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본템은 멋부리면 곤란하다.
여름에 입을 옷들을 추려 옷장에 걸로 컴퓨터를 켜 시즌2 옷장에 필요한 목록을 정리했다. 여름이라 지난 시즌과 달리 햇빛을 가릴 모자와 선글라스도 필요했다. 신발은 샌들 하나와 편하게 동네를 돌아다닐 쪼리 하나, 비올 때 신을 크록스 단화에 혹시 산에 갈지도 모르니 운동화 이렇게 네 개를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신발이 운동화 하나와 갈색 단화 하나 이렇게 두 개였는데, 신발도 늘고 아이템도 늘었다. 대신 두거운 겉옷 개수가 줄었고 바지 개수도 줄었다. 지난 몇 년간 너무 잘 입고 좋아했던 밝은색 청바지가 너무 늘어나고 얇아져 입고 나가기 부끄러울 정도가 되었다. 아쉽지만 이 바지는 버리고 비슷한 걸로 하나 사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좋아하는 감정과 추억이 아쉬워 옷장에 간직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치마가 없어 옷 입는 것이 단조로워 치마도 하나 사기로 했다.
시즌2 옷장에 넣을 목록을 정리하고 사야할 목록을 표시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시즌1 보다 쉽고 순조롭게 옷장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옷을 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