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333 첫 쇼핑

드디어 시즌2 시작이다!

by Diver

옷을 사러 갈 날짜를 정했다. 남편이 아이를 보는 시간에 맞춰 나 혼자 쇼핑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쇼핑이었고, 특히 남편과 아이 없이 혼자 유유히 매장에 가 직접 옷을 보는 건 정말 정말 오랜만이었다. 옷을 사러 어디에 갈까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맘 먹고 옷을 살 때는 아울렛에 종종 갔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사회초년생이었던 20대는 시간은 많고 돈은 없었다. 그래서 좀 멀리 있더라도 아울렛에 가 질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한 벌이라도 더 사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옷은 많으면 좋고,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요한 옷이 생기면, 아니 그보다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편한 친구와 함께 아울렛에 가 옷을 보고 밥을 먹고 또 옷을 보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 손이 무거우면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되었지만, 할인된 가격을 계산하며 이익을 봤다고 생각했다. 반면 집에 돌아올 때 손이 가벼우면 하루를 날렸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헛헛했다.


30대가 되며 돈은 조금 많아졌는데 시간이 부족해졌다. 아울렛보다 근처에 있는 옷 매장에서 옷을 사는 빈도가 늘었다. 하지만 그때도 구입 기준 1순위는 가격이었다. 가격 대비 옷이 이상한가/적절한가/예쁜가/아주 예쁜가를 묻고 또 물으며 옷을 샀다. 예전처럼 하루 날 잡고 아울렛에 가는 횟수는 줄었지만, 어쩌다 아울렛에 가게 되면 여전히 맹렬하게 옷을 봤다.


내가 프로젝트 333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한 언니가 생각났다며 예전 이야기를 했다. 내가 30대 중반이었을 때 언니와 난 장지동의 가든파이브에 두어 시간 가 있을 일이 있었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언니는 사우나를 하겠다고 했고, 난 옷을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난 가든파이브 아울렛에 있는 거의 모든 옷 매장에 가 거의 모든 옷을 보았다. 그날 딱히 사야할 옷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아울렛에 왔으니 정해진 시간 내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두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다리가 아프더라도 정말 열심히 매장을 돌았다. 그리고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언니에게 진짜 열심히 골랐다며, 내가 추린 옷 두 개가 어떤지 같이 가서 보자고 했다. 언니는 그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아울렛에 가 사우나를 하는 걸 보면 짐작하겠지만 이 언니는 옷에 의미를 별로 두지 않고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다소 평범하지 않는 언니다. 누군가는 언니가 절에 가서 살면 어울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아울렛이 떠올랐다. 하지만 워킹맘인 지금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거기다 예전과 달리 내가 가진 자원(돈과 시간)의 제한보다 입을 수 있는 의류 아이템이 33개로 제한된 것이 더 컸다. 예전처럼 내가 가진 자원 대비 많은 옷을 사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내게 필요한 소수의 옷을 적은 시간과 에너지(육체적, 심리적까지 포함)를 들여 사는 것이 효율적이고 좋은 것이 되었다. 난 근처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어느 정도의 질이 보장되는 다양한 옷이 짧은 동선에 모여 있어 시간도 절약되고 쇼핑하기에도 쾌적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옷은 여기 저기 잘 입을 수 있는 치마와 밝은 색 청바지였다. 그리고 기본템이라는 버튼다운 흰 셔츠도 한 번 볼 생각이었다.


드디어 쇼핑하는 날!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에 있는 옷은 가격대가 높아, 백화점에서는 늘 누워있는 옷, 가격을 할인하는 옷을 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에 들면 서 있는 옷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백화점에서 몇 개 매장을 가지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치마를 발견했다. 동네에서 편하게 입기도 좋고 차려 입기도 좋을 치마였다. 치마는 검은색과 갈색 두 가지가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 검은색과 남색은 사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있는 옷들과 더 잘 어울리고 더 편하게 입을 옷은 검은색이었다. 매장 직원이 치마와 같이 입기 좋다며 추천해준 연베이지 반팔 니트도 마음에 들었다. 두 벌 모두 시즌 2 옷장의 옷들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었다.


전에는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더 저렴하거나 더 괜찮은 옷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주변 매장의 옷을 다 둘러 보고 결정을 했다. 그래서 옷 사는데 시간도 체력도 많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 불필요한 옷도 많이 샀다. 하지만 이번엔 한 군데 매장만 더 가보고, 아까 봤던 치마와 반팔 니트를 구입했다. 내게 필요한 옷이고 내 마음에 드는 옷이기 때문에, 다른 것과 더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을 빠듯하게 잡고 백화점에 왔는데, 시간이 남았다. 뭘 할까 고민하다 백화점 지하의 서점에 내려가 책을 구경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 옷장에 새 옷을 걸었다. 다른 옷들과 잘 어울렸다. 새 아이템을 추가하니 마음이 더 든든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적은 에너지를 쓰며 옷을 산 것도 좋았다. 이제 시즌 2 옷장이 완성되었다. 두 번째 시즌 시작이다!



프로젝트 333 시즌2 옷장 목록 (33개)


*상의 : 하늘색 줄무늬 통소매T, 흰색 니트 블라우스, 네이비T, 흰색T, 검은색 꽃펀칭 블라우스+끈나시, 연보라T, 검은색 팔트임T, 핑크T, 노랑T, 꽃퀼팅 조끼, 검은 나시, 검은 얇은 남방(긴팔), 하늘색 바람막이(긴팔), 흰색T(긴팔) <총 14벌>

*하의 : 베이지 9부 면바지, 밝은색 청바지, 네이비 통바지, 네이비 반바지, 베이지 반바지, 검은색 치마 <총 6벌>

*원피스 : 네이비 롱 원피스, 네이비 에스닉 무늬 원피스, 초록 롱 원피스 <총 3벌>

*기타 : 네이비 작은 백팩, 검은색 가방, 네이비 에코백, 검은 운동화, 베이지 샌들, 크록스 단화, 쪼리, 선글라스, 넓은 챙모자, 진주 목걸이 <총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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