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여유에 관하여

by 그린팬티

사랑과 여유에 관하여


올 한해 수영과 격투기를 나름 열심히 훈련했는데

공통적으로 처음 느껴졌던 감정은 '공포'였다.

물속에서 숨을 못쉴 것 같다는 두려움,

날아오는 주먹에 아플 것 같다는 무서움.


그러한 겁먹음은 나로 하여금 더 위축되고, 조급하게 만들었고

일어나지 않은 더 큰 무서운 상상을 하게 했다.


그럼에도 일 년간 꾸준히

'숨을 못 쉴것 같았지만 몇초라도 참고 헤엄쳐보았고'

'주먹에 맞아 아플 것 같지만 머리를 더 상대에게 내밀었다'.

재밌는건 실력의 향상은

여유를 얼마나 가지냐와 비례했다는 것이다.


여유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기분좋게 바라보고

껴안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수영에서는 어느덧 물속에서 흐르듯 헤엄치는

시원한 기분을 맘 껏 느꼈고,

격투기에서는 몸으로 하는 체스를 하듯이

수 싸움을 생각해보게 되는 재미를 느꼈다.


물론 아직 멀었다.



최근에 읽은 에리히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다. 사실 뭐 당연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랑은 지식과 인지가 아닌 오롯이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새삼 나는 어쩌면 최근 몇년 간 사랑에 여유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점을 보고 , 그러한 부분이 나하고 맞는지 고민하게 되고, 걱정이 된다면 시작하지 않고 멈췄던.


오롯이 감정에 귀기울이지 못하고 막연히 계획했던 나의 미래에 맞는 사람일지를 예단해보지 않았나.


이러한 고민을 통해 최근까지 가졌던,

‘나는 어떤 퍼즐 모양일까? 그리고 나의 이러한 모양에 딱 맞는 사람을 찾아야겠다' 라는 시도가 상당히 스스로 제약하는 생각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경험해보기전까지 알 수 없기에 알고보면, 겪어보면 사실은 서로의 퍼즐 모양이 상당히 비슷했을 수도 있다.

까맣게 보이던 실루엣과 그림자만 보고

우리는 그 원형의 형태를 내가 '보고싶은대로' 상상했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설령 모양이 다르다 하더라도

사랑의 감정은 서로 다른퍼즐 모양을 녹여주어

하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효소가 될 수 있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다른 형태의 두 퍼즐이 사랑으로 녹아 결합 되는 경우가

오히려 처음부터 맞는 퍼즐의 연인관계보다

더 단단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유를 갖은채로 기분 좋게,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좋은 점들을 바라보고 껴안아봐야겠다

나를 스스로 제약하지 않고 마음껏 상대를 사랑해보아야겠다.

나아가 세상의 다양한 현상에 깊은 고찰을 더해보고, 너그럽게살아봐야겠다.


추후에 받을 상처가 두려워 멈추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깊은 숨을 들이 쉬고, 아주 작은 용기와 여유를 가져보길 권한다.


여유는 분명히 우리에게 놓치고 있던 아름다운 것들을

가져다 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