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력신화라는 가스라이팅

by 알렉산더


노력도 재능이다. 사람마다 노력할 수 있는 가용 한계치가 있다. 자기 합리화할 때 쓰라는 소리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안 됐을 경우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노력할 수 있는 양이 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작은 것에서부터 성취욕을 느껴가며 습관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습관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목표를 세워 심적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 한국에는 노력만 하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노력 만능론"이 득세했었다. 노력은 자기 역량에 맞춰서 하는 것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제일 뿐이다. 노력은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인식으로부터 자신의 행동패턴, 체력, 정신적 양상을 고려해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을 명확히 하고 그거에 맞는 전략을 세운 후에 하는 것이다. PTSD가 있으면 치료하려 노력하고 체력이 부족하면 헬스를 다닌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알고 있는 상대에서 노력 부족이라 처방 내려봐야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노력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근본 원인을 모르고 자기 자신을 채칙찔 해봐야 실패로 우울감은 심화되고 자기 힘오가 심해진다.

이런 뻔한 거짓말이 오랫동안 잘 포장되어 "신화"가 되어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담론이 된 것에는 강연자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강연자들의 강연을 짧게 요약하면 자기 인생의 굴곡이 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이다. 그 후 노력 찬양, 열정 찬양, 명언팔이(보통 누구한테나 특출난 재능이 있고꿈을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나타난다)하며 너네도 나처럼 될 수 있다하고 희망차게 끝낸다. . 그러나 강연을 들어보면 막상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어떻게" 노력했는지는 나오지 않고 대부분의 내용이 자기 인생을 포장질하는 내용이다. 강연자들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해서 자기 노하우를 알려줄 생각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포장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력 팔이"를 해온 것이다.

그들의 로직은 이런 식이다.

1. 성공 노하우를 공유할 생각은 없는데 자기 자랑은 하고 싶다.
2. 지능, 재산, 재능 등의 요소를 자랑하면 사회적으로 몰매를 맞을 거 같다
3. 노력을 통해 성공하는 것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니 노력을 찬양하자

이러한 "위선"이 사회의 미친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중년층은 예전보다 난도가 높아진 취업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미디어에 선동당한데로 "노오력"을 외치며 청년들한테 열정페이 강요했고, 청년층은 중년층에 대한 회의감과 더불어 "노력"이라는 정신적 가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생각하기 싫어하고 그저 세상이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기만을 바람에 따라 그러한 강연들이 힐링의 수단으로 쓰인 것도 있지만 한국 사회 뼈속 깊이 깔린 위선이 없었으면 이런 불상사는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다.(+ 영화 드라마에 대중화도 한몫한다. 천재가 주인공이거나 불우한 주인공이 노력을 통해 인생역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감정이입하며 본 나머지, 그러한 사례가 아주 특수하다는 것을 잊고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화는 강연, 미디어, 세뇌학습 등으로 대중한테 부풀려진다. 그렇게 왜곡된 관점으로 공부하다가 처음에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는 머리가 나쁘다” 혹은 "재능이 없다"로 귀결된다. 그러다 결국 노력 무용론까지 가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은 그저 성공을 위한 전제일 뿐이다. 미래를 걱정하는데 시간을 뺏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노력한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것이 노력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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