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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읽어야 할 세계 투자 흐름 변화

투자자들의 눈은지구 온난화에 덜 기여하는 비즈니스로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일까요. 8월 6일, 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있었습니다.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연설이었지만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늘 거론되는 소통의 방식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경제’를 살피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살펴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수출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70년대부터 이어온 기간산업의 쇠퇴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새로운 경제 플랫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경제 플랫폼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듯이 IT 산업입니다. 이런 이유로 ‘창조경제’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동아시아 IT 허브’를 꿈꾸고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IT 산업을 통한 창조경제 육성 원한다면 세계적 투자 흐름의 변화 살펴야


그린피스는 6월 3일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 가요” 보고서를 통해 ‘혁신’을 강조하며 최첨단 기술을 내세우는 국내 대형 IT 기업들이 실제로는 구시대적인 에너지원-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그리고 한번 사고가 나면 회복이 불가능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석탄 관련 사업에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이 매출의 30% 이상을 석탄 관련 사업에서 얻는 회사들에게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강조하며, 세계적인 투자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국내 대형 IT 기업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유명한 경제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이런 그린피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무대책의 비용-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 가치의 인식(The cost of inaction: Recognising the value at risk from climate change)>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기후변화가 야기할 위협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손해를 보게 될 자금의 양은 일본 총 GDP에 맞먹는 4.2조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추정합니다. 이 금액은 전 세계에 등록된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의 총 자산가치를 합한 것과 맞먹는 양이며, 2014년 한국 GDP와 비교하면 무려 3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책은 경제적인 손실도 야기할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기후변화 무대책이 야기할 엄청난 비용 경고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야기할 위협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 준다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에너지 문제’에 있습니다.


2015년 한국은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았습니다. 폭염특보는 10일이 지나서야 해제되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당연히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에어컨은 달궈진 온도를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한국은 지구를 덥게 만드는 주범,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합니다.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는데 우리만 시원해 질 방법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시원해지기 위해선 지구가 뜨거워지는 온난화 현상을 막아야만 합니다. 이 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 수립, 경제 전환, 투자 전환이 기후변화가 야기할 위협을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책이 경제적 손실과 연결되는 고리에는 세계적인 투자 흐름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는 연금 투자자들 및 장기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향후 30년 앞의 상황을 주로 고려한다고 말합니다. 즉, 현재 투자자들에게서 투자를 얻고자 한다면, 30년 앞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죠.



지구 온난화에 덜 기여하는 비즈니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이미 일류 투자자들이 저탄소 경제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가져올 탄소배출량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덜 기여하는 비즈니스가 장기적인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죠.

유엔이 지원하는 책임 투자 원칙은 자산 보유자들에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움직임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9월에는 유엔(UN)이 지원하는 책임 투자 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ing, PRI)이 몬트리올 탄소 서약(Carbon Pledge)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서약은 투자하는 사업의 탄소배출량을 매년 성실히 측정하고 공개할 것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오는 12월 열리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 21) 전에 3조 달러(한국 2014 총 GDP 1조 4천억 달러의 두배가 넘는 규모)에 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서약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을 줄이는 투자 흐름이 더욱 공고한 대세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현재까지 53개의 회사가 이 서약에 동참했으며 이 중에는  3백6십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스웨덴 공적연금 운용사 AP4 및 23조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프랑스 연기금 운영 기관 ERAFP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최악의 회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보고서 저자들은 또한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하루빨리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일 것을 촉구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실제 위험이 닥쳐서야 대책을 마련하려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죠.



IT기업과 대한민국에게 필요한 것은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대국민담화에서 이런 방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작은 파이만을 조각조각 나누어 먹자는 얘기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우리는 지금 있는 파이의 크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지금의 파이가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크기나 한가요?


세계 일류 투자자들의 이와 같은 투자방향 전환은 한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파이의 크기를 더욱 작게 만들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규모가 40%가 넘는 국내 IT 기업들은 과연 이런 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최신 기술을 선보이며 미래를 위한 기술을 상징하는 IT 기업마저 이런 흐름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정말로 ‘경제 재도약’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큰 파이를 만들어 더 많은 조각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IT 기업들, LG U+, KT, SK, 삼성 SDS가 투자자를 잃어 더 큰 자금 손실을 맞기 전에, 지구를 살리는 경제체제, 즉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2009년 부터 IT 산업이 재생가능에너지로 혁신할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경제 손실을 줄이며 진정성 있는 혁신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는 한국의 IT기업은 어디? 


지금 바로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이를 위한 준비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만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 및 인프라 구축을 사용자들에게 약속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는 투자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구를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기술을 혁신하고 진보시키겠다는 의지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정책 마련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통한 실천으로 더 많은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것이 비즈니스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혁신이자 IT 기업의 탄생 철학과도 어울리는 행보일 것입니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기후 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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