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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탁 위 ‘고소함’, 기후위기로 위협 받다

참깨와 참기름의 고소함...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에 참깨와 참기름이 주는 이 고소함이 빠지지 않는다. 비빔밥, 잡채 및 각종 나물 음식에 꼭 필요한 것이 참깨와 참기름이다. 그런데 2020년 가을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영양사 선생님으로부터 학교 급식에서 국산 참깨를 구할 수 없어 100% 수입산 참깨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10년 만에 최저 생산량을 기록한 국내산 참깨...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0년 여름, 역대 최장 장마로 인해 우리 삶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으며, 농업도 그중 하나였다. 타격을 입은 농작물 중 하나인 참깨. 54일간 쉴 새 없이 내린 비가 땅을 과습화 하여 뿌리가 잘 발달하지 못했다. 습도도 높아 역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이 되어 약제를 주어도 큰 효과가 없었다. 안 그래도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참깨를 심은 농부님들에게 작년은 최악의 해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작황 부진은 농업뿐만 아니라 우리가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데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주었다. 11월 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참깨 생산량은 전년보다 47.7%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그 결과,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 학교 급식에서 국내산 참깨가 수입산으로 대체되었다.

2019 vs 2020 참깨 생산량 비교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은 2020년 12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산 참기름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작년 여름과 같은 장마가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참깨 생산을 위한 국내 환경이 점점 악화되어 참깨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는 곧 수년 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참깨가 재배되지 않고, 국내산 참기름을 더 이상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 행동'에 함께하기


2020년 수입산 참깨 의존도 90% 이상... 해외에서 자라는 참깨는 어떤 상황일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동화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열려라 참깨'. 왜 중동 지방의 동화책에 참깨가 등장할까? 아마도 중동 지방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참깨가 희귀하고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참깨의 원산지는 인도 또는 이집트 지역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두 곳 모두 비교적 건조한 지역이다. 작년 우리나라처럼 수확기 때 비가 많이 올 경우 수확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참깨는 기계화가 쉽지 않은 작물이어서 인도, 중국, 미얀마,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 비교적 노동력이 풍부하며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이 주요 생산국으로 재배 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참깨가 자라는 데 비교적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케냐 키토이주 무윙기를 뒤덮은 메뚜기떼

2020년에 벌어진 이상 기후 현상만 보아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태풍과 사막메뚜기 떼가 극성을 부렸고, 인도양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이클론이 인도와 중동 국가에 많은 비를 뿌렸다. 수확 시기인 건기에는 비가 오고 재배를 해야할 우기에는 비가 제때 오지 않아, 파종한 참깨가 말라죽거나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사막메뚜기 떼를 비롯한 병해충 피해가 기후변화로 인해서 심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경제적 상황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라 그 피해가 더욱 크다.


우리의 식탁을 덮친 기후위기


2020년에 우리나라 참깨 자급률이 10% 밑으로 내려가 대략 7% 정도가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제 국산 참깨와 참기름을 먹을 수 없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동시에, 부족한 국내 생산량이 수입산으로도 대체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위협감도 느꼈다. 기후변화 문제는 참깨를 대량으로 생산해서 수출하는 국가들도 똑같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기후 패턴이 바뀌고 기상 예측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 세계의 농산물 생산에 큰 혼란이 오고 있다.

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

참기름은 생산국의 96%가 자국에서 소비도 함께 하기에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직접 수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에서 수입을 하기 때문에 참기름 수입을 통한 충당은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시리즈에는 김치가 없는 라면, 뜨거운 비빔면 등이 언급된다. 팥 앙금이 빠진 팥빵처럼, 조물조물 맛있게 무친 나물에 참기름을 두르지 않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맛있게 비벼준 비빔밥에 두르는 참기름 한 숟갈도 마찬가지.

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

우리가 ‘소울 푸드'라고 생각하는 음식들의 공통적인 첨가물인 고소한 참기름이 빠지는 것은 한국인 대부분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의 식탁까지 덮친 기후위기로 인해 이웃끼리 나누어 먹었던 따뜻한 추억을 담고 있는 음식들의 맛이 사라지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한 기후위기 대응 행동에 적극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할 때다.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 행동에 그린피스와 함께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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