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 중 하나입니다. 주로 꿀벌 하면 꿀을 모아 만드는 생명체로만 생각하게 되는데요. 꿀벌과 더불어 무수한 야생벌들이 우리 주위에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는가요? 그리고 이러한 벌들이 꿀 뿐 아니라 우리 생태계를 보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신비한 벌의 세계, 지금부터 숫자로 알아볼까요?
전 세계에는 무려 약 2만 종의 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많던 벌의 종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15년 사이 25%에 이르는 벌의 종이 발견되지 않고 있거든요. 물론 그 숫자만큼 모두 사라졌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종이 많이 감소했다는 건 분명하며, 자연스레 멸종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보이지 않는 자연 깊은 곳에서 벌이 꽃가루받이로서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그 많은 꿀벌의 종에서 양봉산업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건 세계적으로 9종이 꼽힙니다. 우리나라 양봉산업은 토종 꿀벌인 Apis Cerana와 서양 꿀벌인 Apis Melifera라는 2종의 양봉벌로 유지되고 있죠. 토종 꿀벌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에, 서양 종은 북미와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서양 꿀벌은 토종 꿀벌보다 덩치도 크고 혀도 길어 더 많은 꿀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토종 꿀벌 역시 우리나라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벌이 꿀을 채취하는 나무와 꽃인 밀원수 중에는 토종 꿀벌만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는 식물이 있는데요. 이러한 식물은 토종 꿀벌이 사라지면 덩달아 같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초, 전국 곳곳에서 총 78억 마리의 꿀벌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습니다. 전체 개체수 기준으로 약 16%에 이르는 숫자였습니다. 언론이 집중 조명하고 정부와 환경단체가 시급히 해법을 갈구했지만, 올해 사정도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하고 있습니다. 월동이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약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고, 겨울 동안 사라진 벌 수를 조사하면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수많은 벌의 실종은 우리에게 많은 바를 시사합니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심각한 위험 신호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린피스의 꿀벌 살리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적극적인 벌 보호를 정부에게 함께 요구해주세요!
꿀벌이 자연 속에서 꽃가루를 찾아 다니는 것만으로도 식물은 번식하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를 수분 매개, 순우리말로 쉽게 말하자면 ‘꽃가루받이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따져보면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가, 식용 작물은 75%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 타고난 수분 전도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수분을 하지 못하면 그 종의 번식도 멈추게 되니,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은 체구를 지닌 꿀벌이 생태계와 지구의 지킴이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죠.
우리가 먹는 음식의 상당수도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대 농작물에서 71종의 수분이 꿀벌에 의해 이뤄지거든요. 그래서 꿀벌이 사라질 경우 없어질 음식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과, 배, 수박 등의 과일과 브로콜리, 양파, 가지와 같은 채소를 비롯해 소고기마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아시나요? 소가 먹는 대표적인 작물로 알파파가 있습니다. 이 알파파도 수분을 벌에게 의존합니다. 소의 먹이가 줄어들면, 소고기는 물론이고 우유와 크림 등 소와 관련된 식재료도 희귀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채취하는 식물을 밀원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밀원수의 면적이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는 면적이 47.8만ha에 이르렀지만, 2020년대에는 14.6만ha까지 줄었거든요. 감소한 규모가 약 69%에 이릅니다.
밀원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주된 밀원이었던 아까시나무의 수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벌통은 1km²에 26.7개가 몰려 있어, 봉군(벌통) 밀도가 세계 1위입니다. 봉군 주위의 좁은 지역에 수많은 꿀벌이 모여 줄어드는 밀원수를 놓고 경쟁하다가 결국 굶주리는 꿀벌이 많아지는 것이죠. 궁여지책으로 설탕물을 먹이기도 하지만 꿀벌의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꿀벌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설탕물에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꿀벌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내에서 꿀벌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의 분석에 따르면, 꿀벌이 화분 매개체로서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꿀과 프로폴리스 등 양봉산물 시장 규모의 14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양봉산물 시장 규모가 약 5,000억 원이라면 꿀벌이 생태계에 기여하는 규모는 무려 70조 원에 이르는 것이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보면 ‘고양이가 늘어나면 꽃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고, 쥐는 무리를 지어 땅벌이 땅속에 지은 벌집을 부숴 꿀과 새끼 벌을 잡아먹습니다. 벌은 들판에 핀 꽃송이를 오가며 꽃들의 수정 매개체 역할을 하죠. 여기서 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나 더 많은 쥐를 잡아먹으면, 쥐들이 벌집을 습격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땅벌의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꽃의 수정 횟수도 늘어나는 겁니다. 즉 고양이의 개체수 증가가 꽃의 개체수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죠.
이렇듯 생태계 속 생물들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수분매개체의 대표주자인 벌이 사라진다면 꽃이 줄어들고, 꽃에 의존하는 무수한 초식동물과 곤충도 줄어듭니다. 이 초식동물과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들도 살아남기 어려워지죠. 이러한 생태계 붕괴는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됩니다.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 멸종한다”는 격언은 과장이 아닌 것이죠.
벌의 생존과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생태계와 공생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과 유럽 정부도 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죠.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린피스의 꿀벌 살리기 캠페인에 참여해,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벌 보호를 요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