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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어떻게 산불을 악화시키나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죠. 매해 겨울-봄 그리고 가을 간절한 마음으로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봄철 가뭄 피해를 본 브란덴부르크 숲


한반도 강우 특징의 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 강수일수는 줄었습니다. 반면, 작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보여주듯 평균 강수량은 늘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줄어든 반면 한 번 내리면 폭우일 때가 잦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건기(11월~4월)에는 더 건조한 날씨, 우기(6월~9월)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극심한 강우는 가뭄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뭄은 토양, 지하수, 지표수 자원에 물 부족을 초래하는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가뭄이 발생하면 수자원 부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되며, 한 번 또는 몇 번의 극심한 강우로 완전히 보충할 수 없습니다. 대신 수자원을 회복하고 가뭄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강우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의 증가는 산불과 직결됩니다. 산불의 발생과 규모를 좌우하는 지표로는 풍속, 기온, 연속 무강수일수, 상대 습도, 토양 수분이 있습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리서치 유닛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원 관리 시스템을 위한 화재 정보 (FIRMS: Fire Information for Resource Management System)의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산불은 두 가지 상황에서 가장 크게 발생했습니다. 

    추운 날씨(4~13℃)에서 월 강수량이 96mm 미만으로 습도가 최저 기록일 때  

    따뜻한 날씨(26℃ 이상)에서 월 강수량이 293mm 미만으로 습도가 최저 기록일 때  

한국은 통상적으로 3, 4월 그리고 8월에 산불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2022년 3월 장장 213시간 43분을 태우며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 역시 한국 대부분의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분류된 상태였을 때 발생했습니다. 산불 현장 인근에 있는 울진 기상 관측소의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3월 4일 화재 발생 전 마지막 강수량은 19일 전인 2월 13일 4.2mm로 관측됐고, 그 이전 강수량은 1월 24일이었습니다. 즉, 한 달 이상 메마른 토양과 낮은 습도로 초목은 산불을 키우는 연료가 되기 최적의 상황이었죠. 열흘 동안 이어지던 산불은 치열한 진화의 노력도 있었지만, 비가 내리면서 끝났습니다. 불이 일정 규모로 커졌을 때 날씨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리서치 유닛이 올해 위성 데이터를 통해 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 우리나라의 토양 수분은 2021년과 2022년에 비해 높았습니다. 높은 토양 수분은 산불 발생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2월 고기압의 지속으로 높은 기온과 비가 오지 않는 일수가 이어지며, 3월 초 일부 지역의 토양 수분은 매우 낮아져 가뭄이 악화했습니다. 현재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불의 배경입니다. 오는 4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지금처럼 지속돼 토양이 계속 메마르다면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유럽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 산하 글로벌 산불정보시스템(GWIS)에 따르면 올 3월 초 산불 위험은 작년보다 컸으며, 3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급격히 늘어 


산불의 대형화와 빈도의 증가는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의 추정에 따르면, 2022년 (12월 10일 기준) 전 세계 산불과 초목 화재로 약 1,455메가톤의 탄소 배출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유럽과 남미 일부 지역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최악의 피해를 본 유럽 국가 중 두 곳으로 2003년 이후 산불로 인한 가장 높은 수준의 배출량을 기록했습니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INPE)는 2022년  8월 1일부터 30일까지에만 31,513건의 화재 경보가 접수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총 45,018건의 화재가 발생했던 2010년 이후 최악의 기록입니다. 특히 7~10월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약 22메가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전 최고 배출량인 2021년보다 5메가톤이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년 중 가장 높았습니다.  

산불이 휩쓴 러시아 북극산림 중앙에 그린피스 러시아 사무소 자원 소방관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어 지구상 탄소 흡수 능력이 두 번째로 큰 지역인 아한대 북극산림에서도 산불 활동, 산불의 빈도와 기간, 규모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한대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어도 2000년부터 증가해 2021년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북극권과 아한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일반적인 것보다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생물다양성과 탄소저장소인 이탄지대를 위협하고, 산불 시 발생되는 검댕(블랙카본)이 북극 빙하를 더 빨리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불 예방책과 온실가스 감축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억제되었을 때와 3도로 상승했을 때를 비교해,  상승폭이 높아질수록 산불 위험이 심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Climate Analytics


2022년 최악의 산불을 경험한 스페인 카탈루냐 소방청의 사고지휘관이자 산불 전략 분석가인 마크 카스텔누는 한 기후변화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여름 유럽 전역에서 목격한 것은 우리가 화재 진압 능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소방관으로서 지난 33년 동안 최전선에서 일해 왔으며, 우리가 아는 것은 산불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는 리소스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관리의 문제입니다."


대부분 산불은 인간의 부주의로 시작됩니다. 그 때문에 산불 예방의 첫 단추가 시민 인식 개선 및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산불의 발생을 줄일 순 있어도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를 막진 못합니다. 이상기온과 무강수일수가 증가하고, 국지성 호우가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만 쏟아지고, 초목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생태계 복원력은 떨어지고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산과 숲은 오히려 탄소 배출원이 될 것입니다. 피해 최소화와 복구를 위해 산불 진화와 사후조치는 선행되어야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최선의 예방책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부터 우기 전까지를 산불 특별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 예방에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정부가 오는 3월 25일, 국가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결정하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시급성과 심각성을 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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