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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15년 10월, 다섯 명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평화적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고리에 추가로 원전이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5월 13일은 이와 관련하여, 활동가들의 두 번째 재판이 있었습니다. 이 재판을 방청하게 된 대학생 이재홍 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필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원문에 대한 편집을 최소화해 소개드립니다.


“관심 없다.” “이런 재판이 진행 중인 줄도 몰랐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원전 건설 반대를 외치다 법정에 선 것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지 자신들이 아니니까. 설령 재판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 관한 일이니…. 재판을 보러 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무관심을 넘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쓸데없이 저런 짓은 왜 하냐?” “정부에 반항하는 빨갱이”…


이런 말들을 안 듣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재판을 보게 된 이유는 바로 “내” 얘기였기 때문이다. 


원전, 바로 나의 이야기


부산 기장군 및 울산 울주군 고리원전단지에 6개, 경주 월성원전단지에 6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의 위아래에는 총 12개의 원전이 위치한 것이다. 그리고 가동 예정인 신고리 3,4호기까지.


울산은 이미 세계 최대 ‘핵단지’가 되었다. 울산은 고리원전단지와 월성원전단지로부터 30km 이내에 위치한다. 두 곳의 원전 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울산은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반경에 모두 포함된다.

문제는, 그 반경 내에 120만 명의 울산 시민들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리에 신고리 5,6호기를 더 짓겠다니. 세계 최대 지뢰밭에 지뢰를 더 놓겠다니. 원전 사고가 터지는 순간 부산과 울산, 경남권에 사는 시민들은 원자 폭탄을 맞듯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원전 사고’라는 것이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님을 느꼈다.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는 재앙임을. 신고리 5,6호기 반대를 외치다 그린피스 다섯 명의 활동가들은 법정에 섰다. 단순히 남의 재판이 아니라 내 재판일 수 있다고 느꼈다. 


두 번째 공판을 방청하며


내가 방청한 두 번째 공판의 쟁점은 ‘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되는가 였다[1]. 국가보안구역에 함부로 침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활동가 5인이 현수막을 펼치며 캠페인을 벌인 장소는 원전 안이 아닌 철조망 밖이었다[2]. 고리 원전의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측 주장은 철조망 밖도 방호구역 내에 포함이 된다는 것이었다.


캠페인이 진행될 당시 신고리 3호기는 운영허가가 승인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시위가 진행된 곳은 원자력안전법상 제한구역에 적용되지 않으며, 현재 가동 중인 고리 1호기 제한구역 내 해안가에서 일상적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변호사님의 변호 내용을 들어볼 때, 재판은 승산이 있어 보였다.


한편으로 다행이었지만 이런 일로 형사재판까지 열려야 되나 싶었다. 영화 속 스파이처럼 “원자력 발전소 내의 비리와 비밀을 다 밝혀내겠어!”라며, 무기를 들고 원자력 발전소 안에 몰래 잠입한 것도 아니고, 원전 부지 울타리 밖에서 평화적으로 현수막을 펼치고 원전 추가 건설 반대를 외쳤을 뿐인데,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구체적 정황을 이해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하고 활동가들을 응원하러 온 사람은 몇 없었다. 나 또한 아는 쌤(선생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을 뿐, 활동가분들을 응원해야겠다는 어떤 강력한 의지로 온 건 아니었다. 그래도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환경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다 재판까지 오게 된 건데, 썰렁한 법정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난 평범한 대학생으로 현재는 휴학 중이다. 여행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될지 불안해하며 방황도 해야 하는 20대 청년이다. 그런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환경문제, 원전 문제, 청년실업, 위안부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내가 어떻게 바꾸겠나. 


하지만, 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거창하고 거대한 일이 아니다. 거리에서 누군가 서명 운동하면 서명해주고, 내 생각과 맞는 집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내가 일회용품 덜 사용하고, 내가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더 이용하고, 내가 거리에 쓰레기를 덜 버리고, 원전 문제에 대해 가장 친한 친구 1명에게 알리는 것만으로 세상은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소한 변화가 모여 큰 변화가 생기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통해 세상은 변화한다고 믿는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기를 맞아 작품 전시, 토크 콘서트, 체험 부스 등 다양한 활동으로 꾸려졌던 핵노잼 페스티벌

더 나아가,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과 노래와 연극 같은 문화예술을 통해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려운 용어 섞인,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다양한 표현의 방식들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직접적이지만 평화적 방식으로 원전 반대를 외친 활동가들이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따뜻한 마음

5월 13일 두번째 공판을 마친 활동가들

원전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며, 대체로 무관심하다. 


“설마 원전사고가 일어나겠어?”, “사고 터지면 죽지 뭐”


하며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그래도 환경과 평화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활동해주신 덕에 이런 원전의 감추어진 현실이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나도 정치나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다만, 어느 누구도 불행하고 마음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 같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따뜻한 마음이 바로 당신에게도 있다고 믿는다.


글: 이재홍 / 휴학 중인 대학생


[1] 현재 다섯 명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활동가들은 시위의 목적이 정당했고 방식이 평화적이었으며,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들어, 기소 사항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 2015년 10월 13일 오전 다섯 명의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해상을 통해 고리 원전 앞으로 접근하여, 철조망 펜스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 위험한 원전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며,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 고리 원전의 위험을 알린 활동가들을 응원해주시고, 추가원전 반대 캠페인에 서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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