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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Nov 01. 2020

본질

그 소중함에 대하여

2020년 10월 마지막 날의 일기


석사시절, 사서가 되기 위한 길이 뭐이리 험난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도서관 사서. 이 심플한 직업을 갖고자 한국에서 대학원에 입학했다. 세 번째 학기는 벤쿠버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냈고 해외 복수학위 과정에 지원하여 미국에 오게 되었다. 울며불며 공부를 했고 운 좋게도 공공도서관 사서로 취직을 했다. 적다보니 길이 험난했던 것이 아니라 욕심 많은 나의 업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는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한다. 보스턴에서 2년을 보낸 후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이사왔다. 초반에는 인생의 황금기를 이렇게 시골에서 썩히면 어쩌지 등의 쓸데없는 고민을 반복했다. 유학생활을 통해 배운 것은 감정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친구들이 써준 편지와 유학생/취준시절 쓴 일기를 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 털뭉치 미르 사진도 꺼내본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나간다. 


캄보디아 봉사, 독일/캐나다교환학생, 필리핀인턴십 등으로 오랜만에 조우할때마다 친구들은 각자 성장한 모습으로 반겨주었고 가족또한 변함이 없었다.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에게 그들의 본질은 고향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이고 그 시간이 이방인의 삶에 용기를 불어다 준다. 타지에 있어도 나의 본질을 잃지 않게 해 준 사람들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 



자연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니 여유로워졌다. 유학시절 때부터 품어왔던 불안, 우울, 슬픔 등 방치해두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고 닦아주는 용기도 생겼다. 본능적으로 지금 나의 행동들이 여생의 습관으로 바뀔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된장국 



문명의 발톱이 할퀴지 않은 곳이라, 흐르는 시냇물인데도 물맛이 아주 좋았다.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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