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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Sep 10. 2021

we're only human

2020년 3월: LIFE ALIVE

도서관 근무를 마치고 

좋아하는 베지테리언 식당에서 a와 저녁을 먹었다. 


공공도서관 사서로서 행실 나쁜 이용자들을 마주한다면 

때로는 선한 마음으로

때로는 기계적으로

때로는 가슴 한켠에 불편한 마음을 숨긴 채    

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다. 


편견을 가지고 불편해하는 내가   

과연 좋은 사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던 날이었다.    



따뜻한 국물로 느슨해진 마음에 

머리 속 생각을 끄집어냈더니  

a는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더니 툭 던졌다 "You are only human." 


보스턴에서 가장 맛있는 채식식당


맞아. 완벽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는 없어.  

가벼워진 마음으로 기타와 잼베 연주에 몸을 맡기며  

언제나 지는 체스게임에 집중했다.


우리는 운 좋게도 

락다운이 시작되기 전 실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3월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락다운이 시작된 후 불편한 마음을 내비추자 

a는 <The Siege of Leningrad>를 소개해줬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으로부터 완전히 봉쇄되어 혹한과 기아로 목숨을 잃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레닌그라드의 참혹했던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도 풍족한 내 삶을 더이상 불평할 수 없게 되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오늘 하루 더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했다.  


 



식당에서 먹은 된장라면에 영감을 받아 집에서 만들어보았다. 


슈퍼밴드2를 통해 알게 된 <Human>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다가 생각난 일화 


I'm only human I do what I can 

I'm just a man, I do what I can 

Don't put the blame on me 

Don't put your blame on men


Rag'n'Bone Man -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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