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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Aug 15. 2020

기회는 쥐처럼 살금살금

2019년 5월 여름학기 의학도서관 인턴십

보스턴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하버드, MIT, 보스턴컬리지 등 명문 대학의 도서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한 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의 학교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불허했다. 인턴십 과목만이 이력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이는 매주 10시간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력서 한 줄을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적 이점외에도 기숙사 사감조교로 뽑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또한 학교의 장학금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혜택이 없었다면 아마도 보스턴이 아닌 시골대학도시를 선택했을 것이다. 


문헌정보학 석사학위(Master of Sciecne in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를 따기 위해 1년, 봄-겨울-여름 세 학기에 걸쳐 30학점을 이수했고 매 학기에 인턴십을 했다. 


첫 학기에는 주정부연구소의 아카이브에서, 다음 학기에는 하버드 경영대 도서관의 연구데이터부서에서, 여름학기에는 하버드 의대 도서관의 이용자연구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기록관리, 연구데이터, 이용자연구와 같이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도서관 업무를 배워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하버드 의대도서관 인턴십에서는 이용자 연구를 전담하는 사서선생님(User Experience Research Librarian)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A/B 테스팅을 진행했다. 도서관에서 제공받은 노트북과 대학 아이디카드 덕분에 무더운 여름에 서늘한 도서관에서 일하고 구직활동도 했다. 


대학도서관 사서는 대학구성원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의과대학 사서는 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 전문성있게 느껴졌다. 미국에는 의학도서관(medical libraries)이 130개가 있는데 그 만큼 이직시 업계가 좁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인턴십 프로젝트로 미국 의학도서관 웹사이트를 조사하는 일을 하던 중 현재 재직하고 있는 의대도서관의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그래서 이 인턴십 만큼은 단순히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내게 다가온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도서관에서 제공해준 노트북과 참고서


 어쩌면 기회는 이미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Fate is not an eagle, it creeps like a rat." 

- Elizabeth Bo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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