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공공도서관 레퍼런스 사서가 되다
졸업 후 얻은 첫 풀타임 잡은 공공도서관 레퍼런스 사서였다.
레퍼런스란 직간접적 소통을 통해 도서관 이용자가 구하고자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정보활용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업무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도서관에서 열리는 문화 강좌와 행사도 레퍼런스 사서가 기획한다. 미국 공공도서관에는 각 층마다 레퍼런스 데스크가 있는데 내가 일한 공공도서관은 3층 건물로 3개의 레퍼런스 데스크가 있었다. 오전 2시간과 오후 3시간을 레퍼런스 데스크에서 일하며 보냈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수요일 저녁마다 가르쳤던 컴퓨터 수업을 준비했다. 또 부서 회의에 참석하고 건물 내부를 왔다갔다하며 신간 비문학 도서를 진열도 담당했다. 공공도서관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서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하늘에 떠다니는 자동차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그림이다.
2019년 9월 한창 구직을 하던 중에, 공공도서관의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이전에 한 번 방문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가운 마음에 원서를 접수했다. 시청 채용시스템을 통해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취업비자 스폰이 필요하냐 묻는 질문이 없었기에 나의 지원서가 무사히 팀장님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종 면접에서는 화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이용자로부터 곤란한 요구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상황 대처능력을 평가하는 질문이 많았다. 기숙사 대학원생 조교로 일했던 경험을 예시로 들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운이 좋게도 도서관에서 아카이브(기록관리실)를 재정비하기 위해 기록관리학을 공부한 지원자를 찾고 있었기에 사서로 일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성인 레퍼런스 부서에는 25명의 풀타임 사서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민족성과 학부 전공에서 파생한 다양성이 우리 팀의 강점이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던 동료는 컴퓨터 전문서적 서가를 담당하고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유학 경험이 있고 스페인어를 전공한 동료는 외국어 전공서적 서가를 담당하고 언어 교실을 운영했다. 이 도서관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해오신 팀장님께서 사서 개인의 관심사와 장점을 충분히 반영하여 업무를 분담해주셨기 때문에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던 도서관으로 기억이 남는다.
레퍼런스 데스크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난이도 0에서 10을 넘나드는 질문을 해결하고자 온종일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또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만큼 감정 노동에서 생기는 고충도 있었다. 노숙자에 대한 마음 속 편견을 없애는 것도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어벤져스급 체력으로 언제나 이용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팀장님은 내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서 중 한 분이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한 새내기 사서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배려해 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