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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Sep 06. 2020

pond eddy

2019년 7월 a의 여름 별장

7월 독립기념일을 얼마 앞두고 a에게 전화가 왔다.


"업스테이트 뉴욕에 있는 별장에 갈 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거기 가면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할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해."


확인해볼게 라며 도도하게 대답했지만 여름학기를 마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던 때라 내 일정표에는 여백이 가득했다. 다시 a에게 전화를 걸면서 Pond Eddy 라는 강이 있는 뉴욕의 시골에서 a와 a의 어머니와 함께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당에서 요가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a와 체스를 두고 책을 읽었고 카약을 타고 자전거도 탔다. 해가 지면 이웃 집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보드카도 마셨다.


삼시 세끼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도시에서 삭막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자연에서의 삶을 체험하니 미국에서의 삶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감자를 좋아하는 a 


우크라이나 친구 a는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준 친구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지인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서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정말 감사하다. 구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쓸모없는 고학력자가 돼버리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던 것 같다. 하루는 좋은 소식이 있냐고 물은 a에게 자존심이 상해 얼버무리며 대답을 했는데 좋은 소식이 없으면 없다고 말해도 돼, 그런 걸로 판단하지 않아 라고 말해준 한마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 동안 밥을 사준 a에게 직장을 얻고 순두부찌개를 사줬다. 보스턴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이 되었다면서 생일에도 또 방문했다. 소중한 인연들을 떠올리며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I have learned that to be with those I like is enough.

Walt Whi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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