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글쎄 그리 취하지는 않았지만 취중진담 겸 낙서를 같이 올려본다.
그리고 너한테는 미안해서 직접 하지 못한 말을 그냥 여기에 끄적여본다.
난 너무 고지식하고 서툴러서 너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지 못해.
내가 어릴 때부터 정말 재수가 없었던 년인 건지 날 낳아준 사람은 그 어떤 것도 남기지도 않고 도망갔어.
사실 기억에도 없어서 그냥 주워들은 것뿐이야. 그런데 참 별로야.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이,
세상에 있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흔적 하나 없어. 원망도 뭐가 있어야 원망을 하지.
정말 무덤까지 가져가는 비밀로 안겨놓고 말 그대로 도망갔어.
아이러니하지만 그 사람의 흔적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뿐이야.
각설하고.
그래서 사실 이 모든 서사는 변명을 위한 밑단이었어.
내가 너에게 함부로 하는 말과 행동.
그저 못난 나의 잘못일 뿐이라는 것.
변명도 안 되겠지?
어디서 봤는데, 아무런 마음도 미움도 들지 않고, 그 사람이 있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을 때 용서가 된 거래.
난 너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정말 네가 날 용서한다고 하고는 아무 상관없다고 할까 무서워.
대신 내가 좋은 기억으로 쌓아줄게. 매일 노력할게. 당장 내일 달라진다고 작심일일 다짐이라도, 무너지더라도
매일 그 다짐을 세우고 실천할게.
그러니 지금 니 기억 속 괴물 같은 나를 조금만 봐주라.
부탁해도 될까.
나의 불행함이 너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무기가 아닌데, 당연한 것처럼 쏟아내고
동정을 바란 못난 나를 조금만 봐주라. 조금만…
어른인 척, 보호자의 의무를 권리처럼 휘두르려 한 나를…
미안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뒤에 숨어 취중진담이랍시고 이런 말을 끄적이는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하는 나를 조금만 봐주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