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림과 도약
집을 잃은 달팽이는 자신의 집을 찾기 위해 생에 모든 시간을 쓴다.
요즘의 나 또한 그러하다.
다만 대상이 집이 아닌 꿈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대단히 거창한 듯 하지만 실상은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 하는 푸념 정도이다.
무기력하게 가라앉는 겨울에 난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여기면서도 무엇도 행동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를 흘려보내며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
세상 좋은 팔자다. 그런데 막연하고 불안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와 타협하고 있는 중이다.
‘ 넌 게으른 게 아니야. ’
‘ 넌 무기력한 게 아니야. ’
하지만 자기 합리화 일 뿐이다.
잘 알면서도 바닥에 붙은 궁둥이가 떨어지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구나, 나.
나에게 가하는 채찍질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와 주저앉힌다.
나를 일으키는 동기부여가 아닌, 일어서는 다리를 부러뜨리는 사고 같다.
낭떠러지에 겨우 붙어있는 나뭇가지를 붙잡지만, 결국 내 무게에 못 이겨 부러져 추락하듯
나에게 가해지는 채찍질이 도무지 자극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으깨진 것 같다.
회복이 되지 않는 이 시간들을 뭘로 버텨야 하나.
일단 그리자. 그리고 쓰자.
한 글자도 못 쓰고 깜빡이는 커서를 그대로 덮어놓고는 눈을 붙인다.
잠이 오지 않으면서도 꾸역꾸역 눈을 쓸어내린다.
남을 위로할 땐 잘도 나불거리던 입술이 왜 내 스스로에겐 이리도 박할까.
그이들을 위로할 땐 정말 진심이었는데, 왜 내 스스로에겐 거짓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걸까.
나는 그저 눈을 감고 고개를 처박을 뿐이다.
이 웅크림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내일의 도약이 되기를.
정신 차리라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모는 나의 불안이 낭떠러지에라도 뿌리내리는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어떤 행복은 불행에서 온다.
나의 행복이 그러하다. 슬프지만 희망을 가지는 못난 나에게 해주는 위로.
조금만 웅크렸다가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