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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필 Jan 19. 2024

오늘

어제가 된, 그리고 내일이 될

‘ 오후 ’






오늘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항상 시건방졌다.

그리고 한 시인의 ‘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 의 말처럼 살아내지 않았다.

아주 하찮고 게으르게 하루종일 잠만 잔 날도 있었고, 무기력을 핑계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보낸 하루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에게 오늘은 혼란스럽다. 내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 어제의 후회와 아쉬움이 섞여 있지만 정작 오늘은 다시 제자리다.

마음만 조급할 뿐이다.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작년 아빠의 신장암 수술로 인해 나에게도 언젠가 암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암보험을 새로 들었다. 금액이 적어서 원래 들었던 보장금액보다 적지만 뭐… 어쩔 수 없다. 토털 금액을 맞추느라 그리고 비갱신으로 드느라 보장금액이 적어졌다.

얘기가 산으로 흘러가네.

각설하고, 나의 ‘오늘’ 은 당분간 혼란스러움이 지속될지 모른다.

나아지지 않는 날들에 나의 발은 까만 강물에 푹푹 빠지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날은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일 때도 있고, 가만있다가 빠지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에 넘어져 몸이 휩쓸릴 때도 있을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가 된, 그리고 내일이 될 오늘을 나는 살아내고 있다.

그 어떤 날들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때론 달아서 그냥 넘겨질 때도 있고, 때론 너무 역하고 써서 토해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며 삼킨다. 대견하네 나


이렇게 가끔 칭찬도 해줘야 쓴 오늘도 삼켜낼 수 있다는 것.

말이 나오지 않아 글로 쓰다듬어 준다.

어떤 이의 그토록 바라던 오늘 을 이렇게 또 삼켜내 주길 바라며 내 자신을 쓰다듬어 준다.

다른 이들에게만 바라는 마음을 잠깐 접어두고, 자꾸만 고개 숙여 말린 나의 등을 그저 쓸어내 준다. 잘했다. 못했다. 가 아닌 ‘오늘’에 자리를 지키는 나의 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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