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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Oct 21. 2021

우리 반 환경의 날을 정하게 된 이야기

 올해 맡은 아이들과 학급 세우기를 하며 한 가지 특별히 부탁한 것이 있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을 같이 해보자는 것. 그중 하나가 바로 '기후 행동 1.5℃'라는 앱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4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을 정해 스쿨 챌린지(퀴즈, 실천일기 등으로 점수를 모으면 개인별, 학교별로 시상을 하는 것)라는 것도 한다고 했다. 기후 행동을 함께 하는 것도 좋은데 점수를 잘 받으면 상도 받을 수 있다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만 14세 미만인 23명의 아이들을 모두 로그인시키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스쿨 챌린지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 사이 틈틈이 매일 기후 행동 퀴즈를 풀고 실천일기를 쓰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상을 기대하는 아이들을 실망시키면 어쩌나 싶어 4, 5, 6학년 선생님들 이름을 콕콕 찍어 메신저로 같이 동참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의 쪽지도 보냈다. 지구의 날이라는 4월 22일 즈음해서 두 번째 스쿨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환경의 날이라는 6월 5일을 조금 지나 마무리가 되었다. 그 사이 틈틈이 실천일기 쓴 걸 학급 SNS에 인증하게 하고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을 독려했다.



 챌린지 기간이 끝나니 아이들은 결과를 궁금해했다. 23명 중 참가한 학생은 13명이며 총점수는 15,800점이라는 걸 말하면 아이들은 누가 안 했냐며 비난의 말을 할 것 같아서 총점과 우리가 순위에 없다는 사실만 이야기했다.


 "얘들아, 아쉽지만 우리는 시상 명단에 없어. 그래도 이만큼 참여하여 애쓰고 노력한 것이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정말 멋지다 너희들!" 


 그런데 아이들은 자꾸만 실망했다. 괜히 시상 이야기를 했나? 그냥 학급에서만 운영하고 시상을 할 걸 그랬나? 생각이 복잡해졌다. 보상 때문에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실천을 당연하게 여기는 습관이 자리 잡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른인 나도 실천이 귀찮고 힘들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그래서 환경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수업의 날을 정하고 싶어졌다.


 "얘들아, 선생님이 특별히 이번 주 금요일을 우리 반 환경의 날로 정했어. 그날은 환경에 관련된 내용으로만 수업할 거야.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도 할 거니까 뭐 만들지 미리 생각해봐도 좋아."



 그래서 교직 생애 처음으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나만의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마침 국어 활동에 살 곳을 잃게 된 곰 이야기의 뒷부분 쓰기 부분을 남겨놓은 것이 떠올랐다. 수학 곱셈과 나눗셈 단원도 환경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나무가 몇 그루인지 알아보는 내용이 있어 이것도 넣어보기로 했다. 미술 시간에는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기로 하고, 나머지 1시간은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그림책 수업으로 하기로 정했다. 내 안의 꽉 찬 기대감으로 그날을 기다렸다.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쑤욱 올라가는 정말 기분 좋은 기대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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