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8일 프로젝트 수업 후기
순서를 조금 다듬고 새로운 활동을 추가하고 변경하여 우리 반 환경의 날 수업 계획을 완성했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틀어져야 맛이라 했던가. 예상외의 변수들이 생겨 의도와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마음 깊이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마음에 새길 수만 있다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다.
4학년 국어 4단원 사실에 대한 의견을 쓰는 부분에서, 국어활동 지문이 ‘지리산 반달가슴곰, ’ 세 쌍둥이‘ 출산’이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한 다음, 환경오염과 관련해 자신이 겪은 일과 그에 대한 의견을 써 보는 부분이 있었다. 환경 수업을 염두에 두었던지 일부러 비워두었던 게 생각나서 스쿨 챌린지 기간 중 겪은 일과 그에 대한 의견을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기후 행동 앱 사용 소감과 함께 발표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구를 살리고 자연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답을 들으니 뭔가 앵무새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한 말을 계속 무한 반복하는 느낌. 그리고 한 아이가 말했다. 나 혼자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슷한 심정이었던 친구들이 "저도요!"를 외쳤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분명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제발 알아들을 귀는 들으라는 심정으로 말해주었다.
곱셈과 나눗셈 단원의 생각수학 부분을 해결해보았다. 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교과서가 몇 권인지 알려주고 우리 반 모두의 교과서를 다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 몇 그루가 필요한지 곱셈과 나눗셈을 이용해 계산해보는 내용이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교과서가 몇 권인지 세어본 뒤 23명 분량을 곱하고 또 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교과서의 수로 나눗셈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교과서이니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자, 또는 종이를 아껴 쓰자는 결론이 났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이들은 장난처럼 과목을 줄이면 나무도 덜 쓸 수 있겠다며 농담했다. 어쩌면 진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수업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올해 학기 4월부터 2주에 한 번 정도 그림책 읽기 수업을 해왔는데 마침 읽어주고 싶은 책이 있어 함께 읽고 나누었다. 제목은 <소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소원인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이야기이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나누고, 환경에 관한 다른 책들도 몇 권 더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노트에 생각 쓰기를 했다.
1) 책을 읽고 느낀 점
2) 내가 평소에 많이 만들어내는 쓰레기
3) 2번을 대체할 만한 물건 생각해보기
4) 실천 계획 세워보기
앞 시간을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몰아갔던 아이들 때문에 걱정했으나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소 말이 없고 조용히 혼자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현이가 손을 들었다. 집에서도 그림을 자주 그리는데 앞으로는 종이를 아끼기 위해 일주일 중 하루는 패드에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종이 대신 전기 에너지를 쓰게 된다는 너무 현실적인 조언은 넣어두고) 멋진 대답에 감탄하며 칭찬했더니, 평소 자르고 붙이기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본인들도 종이를 아껴보겠노라 선언하기 시작했다. 새 종이가 아닌 쓰고 난 종이로 만들기를 해보겠단다. 기특하여라! 그때 다른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평소에 마트에서 플라스틱병에 든 음료수를 자주 사 먹는데 앞으로는 캔으로 된 걸 먹든지 아니면 집에서 물을 담아 와서 먹겠다는 대답이었다. 기특함의 연속. 대답해준 아이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업사이클링 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되, 이 물건이 곧바로 버려질 새로운 쓰레기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늘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빨리 만들기보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여학생들은 플라스틱 컵으로 연필꽂이를 가장 많이 만들었다. 남학생들은 각기 달랐는데, 고무줄을 달아 화살을 쏘는 장난감을 만든 친구를 따라 자신도 장난감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고, 플라스틱병을 잘라 화분 또는 어항을 만들기도 했다. 평소의 미술 시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미술 활동을 하고 나면 정말 크게 가치가 없는, 의미 없는 쓰레기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잘하든 못하든 그 활동으로 미적 감각을 깨우고 예술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면 충분한데도, 학기 말에 수북이 쌓이는 작품들을 버려야 할 때면 늘 하게 되는 생각이었다.
처음 계획에서 한 가지를 추가했는데, 바로 직접 분리수거를 해보는 것이었다. 교실에 있는 종이류, 플라스틱류, 캔류 3가지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 4교시에 쓸 재활용품 외에 버릴 쓰레기들도 조금 챙겨 오라 일렀고, 활동 전에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라는 다큐의 앞부분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 다큐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에서 심각성을 느낀 듯했다. 영상에서 나왔던 분리수거 전문가처럼, 아이들 앞에서 분리수거 시범을 보이고 직접 해보고 싶은 아이들이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분리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 그 이전에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날의 마무리 결론이었다.
수업을 돌아보니 2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째로 아이들은 이미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고 데이터는 넘치지만, 그것이 나의 문제라는 감각이 떨어져 관심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는 살림하는 주체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분리수거나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 같은 실천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하루 오지라퍼가 되어 부모님들께도 작은 실천을 부탁드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학급 SNS에도 수업 후기를 나누며 거듭 부탁을 드렸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는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엔 유난스럽다 느낄까 걱정했지만, 모든 부모라면 다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어 더 당당히 말씀드렸다. 내가 더 앞장서야겠다고 결심 또 결심했던 우리 반의 특별한 환경의 날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