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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Oct 26. 2021

용기 내서 뿌듯한 하루

제로 웨이스트 샵을 가다!

8월 12일 방문했던 제로 웨이스트 샵 이용 후기입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교단일기클럽 1기> 환경 글쓰기 챌린지를 수행하며 작성하였습니다.


더 미룰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러 떠났던 오늘, 마음속에 넘실거리는 이 뿌듯함을 나누고 싶다. 1석 3조, 1타 3피! 한 가게에서 3가지 미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

처음 환경 글쓰기 챌린지 미션 10가지를 보았을 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시간을 쪼개어 움직이려 하니 살짝 귀찮음을 느꼈던 것도 사실. 그렇지만 인터넷 쇼핑은 더 귀찮고 가격 비교는 머리 아프니 직접 가볼 수 있는 좋은 곳을 찾아 나섰다. 올 초에 알게 된 대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샵 '더 커먼'이다. 에블바리, 커먼요!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는 비건 식당이 베이커리뿐이었는데 여기는 간단한 식사 메뉴가 있어 좋았다. 1시쯤 도착하여 점심부터 주문했다. 가장 인기가 많다는 비건 샐러드를 주문했는데(팔라펠 샐러드), 빵 주머니 속에 주신 야채와 콩, 후무스, 단백질 완자를 골고루 넣고 샌드위치처럼 먹는 음식이었다. 한 입 크게 깨물었다. "음~~" 소리가 저절로 났다. 신선한 생야채와 절인 채소들은 상큼상큼, 비건 빵은 쫄깃 고소, 향신료 향이 살짝 감도는 단백질 완자도 독특한 맛과 식감이라 고루 섞이니 정말 풍미가 폭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이 먹었는데 다음에는 두유로 만든 라테들을 꼭 먹어보고 싶어졌다.

팔라펠 샐러드


음식을 기다리며 가게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곡류, 세제류 등이 큰 통으로 담겨 있고 용기에 담아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도 있었다. 단호박 샐러드를 만들고 똑 떨어진 아몬드와 파스타에 꼭 뿌리고 싶었던 파슬리 가루, 그리고 피클 만들 때 넣고 싶었던 피클링 스파이스를 각각 용기에 담았다.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에 무게를 적어 용기 위에 붙였다. 이거 정말 재밌으면서도 뿌듯한데? 예상을 훨씬 더 넘어서는 가슴 벅참이었다.

용기를 올려놓고 0점 누른 뒤에, 필요한 식품 또는 물품을 담아 다시 무게를 재어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



고체 비누바 코너로 갔다. 테스트할 수 있는 비누들이 벽에 쭉 거치되어 있고 다양한 브랜드의 비누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클렌징용 비누와 온 가족 세안용 비누를 만난 건 뜻밖의 소득. 집에 있는 세안용 비누를 다 쓰고 다시 천천히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잘못 쓰면 아프다고 해서 도전하지 못했던 고체 치약과 대나무 칫솔도 담았다. 실리콘을 할지 스텐을 할지 갈등하다 사지 못했던 빨대도 담았다. 삼베 수세미나 밀랍 랩 등 추후 도전 목록도 쭉 생겼다.



방학이 시작된 즈음에 알맹상점에서 멸균팩 관련된 안내가 있었다. 멸(균팩과) 종(이팩의) 위기(탈출)! 내용인즉슨 속에 은박이 덮인 테트라팩이 대부분 종이류로 분류 배출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재활용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재활용 공정에는 시간당 1500kg의 멸균팩이 필요한데 우리는 국내 수거량이 부족해 수입하는 실정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전국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샵에서 멸균팩을 수거하는 거점으로 지원했다고 하는데 내가 갔던 더커먼도 그중 한 곳이었다. 이제 절대 종이류로 버리지 않으리라. 깨끗이 씻어 모아 다 갖다 주어야지!


특별히 월경상점 브랜드와 합작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어 월경 컵 실물을 볼 수 있었다. 모양과 길이, 너비 모두 서로 다른 컵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나는 생리용품으로는 팬티라이너 면 생리대를 쓰고 잘 때는 탐폰을 쓴다. 첫날은 양이 너무 많아 면 생리대 도전을 못 하고 있는데 월경 컵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탐폰도 쓰고 있으니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문제는 내 몸에 꼭 맞는 컵 찾기가 조금 힘들다고 하는데 그래도 일회용 생리대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기다려라 월경컵!



다녀오고 난 뒤 느낀 흠이라면 자동차로 왕복 60킬로의 거리를 운전한 것일 텐데, 여러 브랜드의 제로 웨이스트 물품을 따로 샀을 때 발생하는 택배비가 없고, 택배 횟수와 포장도 줄였고 새로운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을 쓰지 않았으니 이 정도로 자동차가 배출한 탄소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까운 곳에 제로 웨이스트 샵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계산을 할 때 아쉬운 마음에 스콘이랑 브라우니를 추가로 샀는데, 가져간 용기에 다 담기지 않아 종이 포장지를 하나 쓴 것이 추가로 느낀 아쉬움이었다. 다음에는 더 넉넉하게 챙겨야지. 이런 가게들이 흥하고 망하지 않도록 아주 많이 알리고 아주 많이 이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 용기 내서 뿌듯했던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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