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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Nov 19. 2023

편애

1학년의 첫 현장 체험 학습날이다. 아이들 집으로 안내장을 보내긴 했지만 클래스팅에 반복 안내를 하지 않은 것이 내심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였다. 제일 걱정되는 건 은성이가 도시락을 싸 올까였는데 내 도시락 챙길 여유도 없기에 은성이의 끼니까지 챙기기는 어려웠다. 그날 아침에 출근하려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데 순간 신기하게도 우리 집 아이들 돗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래, 이걸 안 가지고 올 수도 있겠다 싶어 얼른 가방에 넣고 출근했다. 아이들은 현장 체험 학습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밥은 언제 먹냐고 물어댄다. 아직 멀었다고 열댓 번을 말하고 나서도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다. 공룡뜰 놀이와 배움뜰 체험이 끝나고 드디어 점심 식사 시간. 제일 걱정했던 은성이의 도시락 확인부터! 다행히 도시락과 물, 음료수 모두 잘 준비해 왔다. 사이다 캔 하나에도 모두 이름을 적어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돗자리는 없어요!” 하는 것이다. 옳거니 잘됐다 싶어서 “어! 선생님 것 있는데 이거 쓰면 되겠다!” 하고 전해주니 좋다고 받아간다. 2개를 가져갔는데 하나는 은성이에게 주었고, 나머지 하나는 돗자리가 없는 다른 남자아이에게 주려다 주지 않았다. 돗자리로 표현하는 사랑을 오직 은성이에게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남자아이야, 너는 도시락에 리락쿠마 유부초밥도 있고 달팽이 김밥도 있잖아. 그래서 조금 큰 돗자리를 가져온 다른 남자아이와 함께 밥 먹으라 붙여주고, 내가 가져간 돗자리는 은성이에게만 주었다. 은성아, 선생님의 사랑이 너에게 잘 전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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