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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바차 Jun 18. 2024

사골

46.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뽀얀 물에

특별한 것도 없는      


심심함에 넣은 한술

여전함에 넣은 두 술

세술, 네 술     


쓰다.     


쓰고 또 쓰다.   

  

쓰다 보니

더는 심심치 않다.



나는 사골을 좋아하지 않는다.

無 맛이랄까? 모두가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먹는다고 말하지만

내겐 아무 맛 나지 않는 뿌연 국물일 뿐이다.

어쩌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할 때면 소금을 잔뜩 넣어 먹는데

그렇게 해야지만 심심치 않고 비로소 먹을만한 국이 되었다.

군대에서의  일상은 마치 그런 사골국과 닮았다.

이곳은 지루하고 평범함의 연속이었다.

이 無 의미한 시간을 벗어날 수 없이 잔류하는 나는

심심함을 자극적으로 만들어 줄 소금과 같은 존재가 절실했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넣다 보면 혀가 아릴 정도로 쓴 소금처럼

평범한 군생활도 계속해서 쓰다 보면 어느새

자극적인 일주일이 되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반복되는 평범함을 기록하고 자극적으로 느끼는 것.

그러다 보니 지겨운 군생활도 나름 할만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나는 심심한 하루를 써 내려간다.

쓰다, 쓰고 또 쓰다, 쓰다 보니 더는 심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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