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던 것들도 이 밤에는
사랑니 돋는 슬픔처럼 아슴히 온다.
오랜 전설처럼 묵혔던 그리움마저
넌지시 가슴을 툭툭 치며
그림자를 끌며 오고 있다.
누구든 봄비 오는 밤에는
푸른 바다 하나쯤 자라지 않으랴.
뭉턱 잘라낸 파도 하나
가슴에서 철썩거리며 기다림의 톱날을
다듬고 있지 않으랴.
아직 익지 않은 씨들이
이미 새떼로 날아오르는
눈부신 승천을
우릴 잊어버린 것들에게
기꺼이 바칠수도 있는
이 봄비 오는 밤.
그리움의 톱니로 켠 푸른 바다
누군들 가슴에 출렁이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