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Aug 11. 2022

로또가 가당키나 한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핫하다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로또 관련 소송과 사건이 소개되었다. 

그 부분을 보면서  로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다. 


매일 지하철 3호선을 타는 곳에 로또 판매소가 있다.

게다가 1등이 배출된 명품 로또 판매소라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어서 가끔 로또를 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로또 당첨자들처럼 거창한 꿈을 꾼 적이 없어서, 언젠가 나도 거창한 꿈을 꾸면 사보리라고 다짐도 하면서, 아직까지는 사지 못했다. 또 설령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더라도 다른 행운을 위해 남겨두지 불확실한 로또 사는데 써버리고 싶지 않다. 신라시대의 문희는 꿈을 사서 왕비가 되기도 했다니까. 


그리고 솔직히 로또를 사러 그 앞을 기웃거리는 것이 요즘 말로 쪽팔리는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당연히 있을 리 만무하건만 그래도 왠지 체면 구기는 행동으로 보인다.

3호선을 타는 일을 무려 수십 년을 하다 보니 지레 움찔하는 것이다.

또 로또라고 하면 일확천금이나 힘들이지 않고 얻는 공돈과 같은 동의어로 사용되는 탓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 사서 어떻게 하는지 그것도 걱정이고, 어떤 숫자를 써야 할지 그것도 고민이다.

로또 번호는 자기와 인연이 있는 번호를 쓰는 것이 제일 좋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나와 관련 있는 숫자가 무엇일까. 생일, 주민등록 번호, 차량 번호, 살고 있는 곳의 주소.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많은 숫자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너무 많은 숫자들에 싸여 살고 있다.

머릿속에 숫자들만 번쩍번쩍 지나고 나면, 나는 그 숫자들로 존재하는 자로 남은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포자로 살아온 내가 뜬금없이 숫자에 대해 심각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로또 때문이다.





나와 가장 관련 있는 숫자는 무엇일까.

문득, 가장 가까이는 3이란 숫자와 인연이 있어 보인다. 20년 가까이 살던 곳도 지하철 3호선이 바로 앞에 있던 곳이었다. 이렇게 멀리 이사 와서도 나는 지하철 3호선을 매일 이용한다. 한 번도 지하철 3호선을 염두에 두고 이사를 오고 간 적은 없는데 먹고살기 위해서 3호선을 탄다.


3은 천지인의 숫자다. 우리의 민간신앙에서 이 3이란 숫자는 도처에 사용된다.

삼년상. 삼재, 삼신할미 이렇게 3은 우리의 죽음과 삶에 개입하는 숫자다.

조상신인 삼신할미는 환인, 환웅, 환검의 세 신을 가리킨다. 3은 해 달 별도 있어서 우리의 자연현상을 관장하기도 한다.

상중하, 대중소, 고중저, 과거 현재 미래, 삼원색 등이 모두 3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조상 어머니 웅녀는 삼칠일을 지나서 사람이 되었다. 이 통과의례의 시간에 바로 3이 일곱 번 곱해져서 비로소 시조가 나오고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사기>에는 3이란 숫자에서 완성된다고 했다니, 이 3이란 숫자의 숙명에 대해서 나는 잠시 몰두한다.

우리가 신성시하는 숫자 9도 역시 3이 세 번 곱해져서 생기는 수다. 삼 세 번. 아이들도 놀이할 때, 내기할 때 이 삼 세 번을 당연시한다. 졌을 때 삼 세 번이라고 어깃장을 쳐보기도 하는 3이라는 숫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도 참 우습다. 이런 3의 의미를 겨우 로또 사는 데다 써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다니.

어서 내 밥줄이고 생명줄이고, 세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3호선을 타야지.

이게 바로 로또지.

매거진의 이전글 지독한, 그러나 지극한 사랑의 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