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상처가 없다고 누가 말했나.
강물처럼 흘러버린 나이라 말하지만
모난 돌멩이에 아팠거나 폭우에 움푹 파이거나
돌부리에 걸려 찢어진 채로
다시 감쪽같이 꿰맨 채 흐른 일은 아무도 모르지.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생은 잘 보이지 않아서
아득한 그리움은 고생대 지층처럼 혼자 새겼지.
지나간 일은 다 의미 없는 짓이라고
다가온 것만 눈에 불을 켜고 보던 나이가 있었어.
지금 문을 두드리며 선 나이는
꼭 저녁 늦은 손님처럼 낯설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 있는 번지가 없어.
우표 한 장 달랑 붙인 채 아직도 깜깜하게 떠나고 있지.
가끔은 상처를 더듬더듬 만져주는
찬란한 나이의 사구에 서 있다는 믿음이
생에 헛되지 않기만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