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잘 자란 꽃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비 한 마리 서운한 듯 잠시 머무르다 갔을 뿐
비실비실 크는 모양이 마치 고향 떠나
시름시름 앓던 외할아버지 무릎처럼 힘없이 꺾였다.
골목길의 긴 휘파람으로 우리를 부르는
어떤 은은한 소리, 소리가 흐르는
그 저녁의 추억을 또 주워 들고
마음속 깊은 빈 집에 가두고 사는 일들.
도시에 살면서 도시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껄끄럽게 담으면서 탓하지 않는 것처럼.
제법 익숙한 하루에 길들어 적당히 편안하고
알맞게 따뜻한 의자가 있다.
가난한 것들만 저장된 추억 안에는
첫사랑과 어둡고 불안했던 시대와
등 기대고 울어야 했던 시간들
화해할 수 없던 것들이 단단하지만
빈집에 가두고 사는 도시의 저녁은
또 살아내야 하는 적요.
오늘도 아름답게 쓰러지는 시간들이
적당히 편한 의자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