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즐겨 먹어서 지능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고 정말 궁금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다양하다고 혹자들은 주장할지 모른다. 인정한다.
지능은 습관만으로 결정되기는 힘들다. 더구나 타고난 지능에 대해서야 더 말해 무엇할까.
9살 대학 입학. 12살 로욜라대학 최우등 졸업. 21살 시카고대 최연소 의학박사, 생물학 박사 등.
지능지수 검사로는 잴 수도 없다는 아이큐의 소유자. 리틀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쇼 야노는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동생 사유리도 신동으로 10살의 나이에 장학생으로 시카고의 트루먼 대학에 입학하고 모든 과목을 만점으로 수료 후, 루스벨트 대학 장학생으로 편입해 13살 때 의예과 과정인 생물학으로 학사를 받았다.
어릴 때 남해안을 접한 도시에서 자라서 그런지 혼혈을 부르는 아이노꾸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초등학교 친구 중에도 혼혈인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어릴 적 주변 어른들은 아이노꾸 같은 혼혈은 지능이 좋지 않고 장애도 많이 있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그런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영악스러울 정도로 똑똑했다. 어쩌다 사람들이 그런 편견에 사로잡혔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을 일이지만 쇼 야노에 대해서 알고 나면, 더욱 그런 말들은 심각한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천재가 먹는 건강한 식단
이 책을 읽으면 쇼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나온다. 천재들이나 우리의 삶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뛰어난 인물들을 보면 무슨 음식을 좋아하세요,라고 묻기보다는 실은 어떤 음식을 싫어하느냐고 묻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쇼의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질문이 더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보인다.
쇼는 특별히 뇌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지도 않고 특히 뇌기능을 강화시킨다는 건강보조식품은 절대 복용하지 않았다.
야채 과일 견과류 생선 등을 골고루 균형 있게 먹는 편이 뇌에도 좋고, 공부하는데 필요한 튼튼한 신체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왼쪽부터 아보카도, 당근과 브로콜리, 시금치
쇼의 경우 건강한 식단을 차리는 어머니 덕을 보았다.
쇼의 가족은 지방이 많은 햄버거나 튀긴 음식을 멀리했다. 또 요리할 때 가능한 소금을 절제하고 이미 간이 된 음식에는 절대 소금을 치지 않았다.
야채는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아보카도를 특히 좋아해 아주 많이 먹었고, 블루베리도 많이 먹었다. 당근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쇼의 피부색이 갑자기 노래져서 병원에 갔을 정도라 한다.
쇼는 상추, 양배추, 케일은 아주 싫어한다.
생선도 적당한 양을 먹는 편으로, 연어를 비롯해 고등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생선에는 심장 혈관 건강에 좋은 오메가 3도 포함되어 있지만 수은도 함유되어 있어 일주일에 두 조각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상이 쇼 야노가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공개한 음식이다.
골고루 음식을 잘 먹었다는 것은 유명 인사들에게 물어보면 지루하도록 듣는 말이다. 마치 어떻게 명문대에 합격했어요,라고 물으면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만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듯이 매우 전형적인 답변이다.
야채야 좋아한다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
쇼의 어머니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친환경 채소를 천재인 두 아이들에게 먹였다.
쇼가 좋아한다는 음식을 살펴보면 내가 동경에서 살 때 많이 먹은 음식들이다. 굳이 말하자면 많이 먹고 싶었던 것이기보다 일본은 그 음식들이 특히 많아서 사 먹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 맞다.
아보카도는 ‘악어 배’, ‘숲의 버터’ ‘과일의 황금’ ‘ 과일의 보석’ 등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과일로 먹어보면 느끼할 정도로 지방이 많지만 대부분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작용에도 매우 좋다. 비타민 E 함량은 계란 노른자보다 많고 다이어트 중이라면 자신 있게 먹어도 좋다.
한국에서 아보카도의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동경은 저렴했다. 생와사비장에 찍어먹으면 덜 느끼해서, 동경서 살 때 싼 맛에 자주 사 먹었다. 아니, 한국에 가면 비싸서 못 먹으니 될수록 많이 먹고 가자였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아보카도를 그냥 먹으면 느끼하지만,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다른 채소와 맛이 잘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낸다고 했다.
브로콜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암 예방 베스트 식품 10’, 미국국립암연구소의 항암식품 1위로 선정되었고, 비타민의 보고며 철분 함유는 채소 중 단연 최고다.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등 온갖 암을 예방하며, 열을 가해도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브로콜리는 꼭 폐의 꽈리처럼 생겨서 그런지 폐의 염증에 아주 효과가 좋다고도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브로콜리 농장을 하는 사람을 인터뷰했을 때, 채소 중에 벌레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가 브로콜리라서, 유기농으로 키우기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고 한다.
블루베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 중 유일한 과일로,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막아주어 알츠하이머 병에도 효과적이다.
연어와 고등어는 동경의 시장에서 제일 흔한 생선이었다. 한국은 아직도 연어가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동경에서는 싸기도 하고 어찌나 흔한지 그것밖에 먹을 게 없어서 매운탕으로 구이로 열심히 먹었다.
쇼의 어머니가 한국 여성이니까 한국식으로 먹었을지, 아니면 일본인 남편의 밥상을 차려야 했으니 일본식이었을지 궁금하지만, 쇼의 음식들은 그 중간을 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쇼가 양배추와 케일을 싫어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나도 양배추의 냄새를 싫어해서 꼭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고, 케일은 아예 먹어본 적도 없다.
만일에 양배추의 냄새를 싫어하면 식초를 첨가하면 양배추의 향이 누그러들어 먹기가 좋다. 나도 오죽이나 이 향을 싫어하면 양배추를 볶고 진간장으로 간을 하면 냄새도 안 나고 먹기가 훨씬 편하다.
그런데 상추를 싫어한 점은 이해가 안 된다. ‘가을 상추는 문고리를 잠그고 먹는다’ 고 할 정도로 훌륭한 식품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상추를 먹이면 졸리기 때문에 나도 아이들의 시험이 있기 한 달 전부터 상추는 아예 사지도 않았다. 쇼도 공부할 때 졸지 않기 위해서 먹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상추에는 신경을 완화시키는 물질이 있어서 졸린다고 한다. 상추 키우는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니 특히 꽃피기 직전의 상추에 그 물질이 풍부한데, 마치 대파를 자르면 하얀 액 (액체 풀 같은 투명한 )이 흘러나오듯 꽃피기 전의 상추 대를 잘라보면 그 하얀색의 물질이 흘러넘친다고 한다. 채소 허브 전문가 말로는 그 하얀 물질이 우리를 졸리게 하고, 제약회사들은 신경안정제를 만들 때 상추를 이용한다고도 한다.
가끔 아는 사람들이 우리 아이 셋이 모두 어떻게 멘사 회원에서도 1% 이내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많이 한다. 아이들을 가졌을 때 무얼 먹었는지 물어볼 때가 많다. 한 번은 아이 셋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지 하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다.
어쨌거나 누군가 물어보면 나도 좋아하는 음식보다는 싫어하는 음식을 먼저 떠올린다. 대부분은 잘 먹지만 오이, 양배추 등은 싫어하고, 튀김 종류는 평생에 2-3회 정도 했을까?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이건 쇼가 싫어하는 음식에도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 애들은 쇼처럼 천재는커녕 평범하고 무난하다. 그냥 철없이 인생이 마냥 행복하다. 그럴 때 누군가의 말대로 엄마가 문학을 해서 멀쩡한 애들을 다 그렇게 만들어놨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그냥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천재는 엄마의 노고가 절반
책을 읽다 보면 먹는 음식보다는 엄마의 교육이 천재를 만드는데 더 강력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엌은 쇼와 동생 사유리의 놀이터이자 교실이었다. 부엌에 놓인 여러 가지 살림을 두드리면서 음악 놀이를 했는데, 이 놀이를 통해 리듬감을 키운 두 아이는 모두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또한 쇼의 어머니는 계량컵이나 스푼으로 재료를 담으면서 분수의 개념을 가르쳤으며, 신나서 쿠키를 만들던 쇼는 ‘엄마, 수학은 참 재밌고 중요한 거예요. 이걸 모르면 맛있는 케이크도 쿠키도 만들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시 낭송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그 어머니의 노고가 천재들을 만들었다.
음식이 천재를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천재가 싫어하는 음식을 엿보니 흥미롭다.
나는 아들이 고3이었을 때, 매일 둘이서 다음날 먹을 식단을 짰다. 그게 음식 하기도 쉽고, 아이는 또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게 되니 스트레스가 풀렸을 것이다. 누구나 쇼 같은 천재로 키울 수는 없지만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자녀와 나누어 먹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은 중요하다.
옛날에 과거 공부하는 집에서는 엿 고는 단내가 난다고 했다. 공부로 지쳐있을 때 엿을 고아 먹어서 체력도 늘리고 기억력도 좋게 하고 에너지를 보충하고 진액을 충분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예일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가 베스트셀러 <타이거 맘>에서 아이들을 혹독하게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타이거 맘이 나서서 엄격하게 키우는 것이 아이들을 과연 성공으로 이끌까?
우리에게도 엄격했던 한석봉 엄마가 있기는 하다. 그 한석봉은 후일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인물이 되지만 그의 시조는 한없이 편안하고 아늑하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솟아 온다'
라고 노래 부르면서 한없이 넉넉했다.
엄격했던 교육 속에서도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조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라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용기를 내는 데 필요한 원천이 된다는 것이 맞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은 스트레스도 풀리는 일이다.
쇼에게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가장 힘들 때 음식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가 있으면 살살 달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어 보는 일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나 등수 따지지 사회에서까지 등수로 줄을 서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주로 엄마니, 자식을 키우는 노고의 절반은 엄마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