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 촬영은 기다림을 배운 시간
-가끔은 구름 낀 날이 더 아름다운 때도 있었다
by
이지현
Feb 3. 2021
건축잡지에 나온 집과 건축작가가 그냥 찍은 집, 노을이 질때가 사진 찍기가 좋다고 한다 :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집의 사용승인이 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집 사진 촬영이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의 일이어서 시공사와 설계사무소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찍은 집 사진은 본 적도 없다.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이어서 집을 찍나 보다 했다.
집을 짓고 난 후에 사진 촬영을 하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야 했다. 그래서 집 사진 촬영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 짐들은 다 여기저기에 이미 엉망진창으로 부려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사를 한 지 4일 만에 건축가에게서 사진 촬영을 했으면 하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번에 분명히 했었다고 들었는데 또 하나,라고 생각했다.
저녁 무렵 노을이 지는 동네 풍경, 집 짓기 전의 단독주택,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동네 풍경,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서는 종일 걸리는걸 알았다 : 진효숙 사진 작가 촬영
시공하신 분의 말씀을 들으면 그때 사진이 건축가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다른 작가님이 오시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 사진을 우리 눈으로 본 것이 아니어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건축사진을 찍으려면 잡다한 물건들은 어딘가로 다 숨어야 한다. 그냥 집의 내외부가 깔끔하게 나와야 하니 정신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넣고 그림 같은 집이 만들어졌다.
이사온지 3-4일간 짐들이 얼마나 널브러져 있는지 이사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래서 잠도 꼬박 새우면서 정신없이 치웠다.
이런 일은 마치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각고의 노력으로 싹 정리했다.
그냥 무조건 집어넣었다. 어딘가로 다 들어갔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는 건축 사진, 작가가 찍은 동네 풍경 : 진효숙 작가
처음 사진을 찍은 날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촬영을 했다.
그냥 사진만 팡팡 찍고 가는 거지 생각했는데, 작가가 종일 이런저런 각도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동안 건축잡지들을 보면 밤의 사진, 낮의 사진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냥 쓱쓱 넘기면서 사진들을 보아왔다는 사실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멀리서 줌을 잡아서 찍기 위해서 대로를 건너서 길 건너편의 아주 먼 다른 가게의 옥상을 빌려서 올라가는 수고까지 하면서 쭉 찍었다고 했다. 정말 수고롭고 힘겨운 과정이었다.
드론을 띄우면 되지 않나고 물어봤지만, 그렇게 할 때도 있지만,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직접 일일이 찍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프로는 언제나 다른 법이다.
첫 번째 촬영은 집 외부를 찍는 것이 주였다.
이날은 나도 시간을 내서 함께 동네 샤브샤브집에 가서 작가분과 식사를 하면서 건축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진효숙 작가는 건축 사진만 전문으로 찍었다. 그 이후에 잡지들을 보면 작가의 이름이 여기저기 많이 나왔다.
작가의 건축사진 촬영에서 기억나는 집에 대한 여러 사례를 말해주었다.
하나같이 애로사항이 있고 힘들어 보였다. 잡지에서 보던 그 예쁘고 아름다운 집마다 집짓기 사연이 있는 것이었다.
또 여성분이시라, 전원주택 촬영이 더 많아서 혼자 산길이나 외지를 다니는 데서 오는 여러 가지 위험도 많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독자는 언제나 마지막의 아름다움만 즐기고 있었구나 하는 기묘한 슬픔조차 느꼈다.
2020년 1월의 첫 집으로 <전원 속의 내 집>에 실렸다 : 진효숙 작가
그런데 이 날만이 아니라 또다시 찍게 되었다. 이때는 이사 후 약 1달이 다 되어가는 때였다.
이번에는 실내 촬영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맙소사. 다시 모든 것을 원상으로 돌려야 했다. 아무것도 없을 때처럼.
다시 밤잠 안 자고 모든 짐을 치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건축가가 열심히 설계한 집이니 또 그에 맞는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진효숙 건축사진작가가 그래서 집을 2회나 촬영하게 되었다. 참 씩씩하고 명랑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사진 작가의 카메라, 그 외도 여성작가인데 촬영장비들이 엄청 났다. 그때 알았다. 촬영이 체력 싸움인 것을
세상에 쉬운 일이 원래 없는 줄 알았지만 사진 촬영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어떤 것이나 겪어보아야 한다.
이날은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어서 작가가 아주 좋아했다. 오전에만 촬영을 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외부까지 다시 찍어야겠다고 프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자세를 보였다.
구름이 낀 날이 사진이 이쁘게 잘 나온다고 했다.
처음 촬영을 했을 때는 너무 맑아서 마음에 안 들고, 이번 촬영을 하면서 사진을 다시 바꾸어야겠다고 하니 정말 사진작가의 마인드가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다.
덕분에 저녁 무렵의 노을까지 이쁘게 나왔다.
내가 거의 없는 시간에 촬영이 진행되어서 자초지종은 알지 못하지만 사진 몇 장 때문에 종일 풍경을 기다리고,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프로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우리야 사진에 문외한이지만 아침부터 하루 종일 촬영이 이어지니 일단 체력이 당해내야 할 듯하다.
게다가 여성분이 그 무거운 카메라며 장비들을 들고... 사진을 찍는 공간적 범위도 매우 넓게 잡아서 다양한 방향에서 사진을 찍게 되니, 사진 한 장을 찍는 일도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게 되었다.
사진은 기다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건축 사진들을 보면 다양한 모습으로 집의 모습이 나오던데 그 수고가 작가의 눈썰미와 체력에 기댄 것이라고 알게 되었다.
지금은 거주하는 공간이 되어서 살짝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집을 짓고 난 후에 사진 촬영도 또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일로 보이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서 정제된 집을 보여주어야 하는 입주자의 입장에서도 긴장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수고를 건축사진작가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시간, 장소, 빛, 조명, 구름, 각도, 풍경, 심지어는 바람의 방향까지 감안하면서 사진을 찍는 일은 무한한 인내와 주변에 대한 애정이 아니고는 불가한 일이었다.
집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도 나는 작가를 보면서 배우고 있었다.
참지 못하면 아름다운 것과 만나기 힘들다. 기다리지 못하면 정말 원하고 바라던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그렇게 어떤 사소한 일도 참고 기다리면서 살아가다 보면 가장 아름다운 한 장면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
다. 그리고 구름 낀 날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는 것을 또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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