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보일러실 사건
- 난방이 안들어올 때
이사 와서 첫 겨울나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일러 기사님은 한마디로 어이없어 했고, 우리는 더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이사 온 2019년 그 해 겨울, 방 1개는 냉골이었다. 다른 방이나 거실은 1시간만 틀어도 보일러를 잠가야 할 정도로 뜨겁고 집은 더워서 마치 사우나실 같아서 얼른 끄기 바빴는데, 딱 한 방만 아예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시공 반장님도 오셔서 점검했는데 방 배관을 빼고 했을 리 없다고 극구 말했다. 내린 결론은 다른 방의 난방을 틀기 전에 젤 안쪽 방이니 먼저 틀어서 온수를 보내고 다른 방을 틀면 된다는 진단이었다. 그래도 당연히 난방은 안 들어왔다.
방 하나만 빼버리고 배관이 되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시 다 뜯고 공사를 해야 하나 어쩌나 좌불안석이었다. 집 짓기에 하도 공정이 많으니 하다 보면 빼먹을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살다 보면 이보다 더한 것도 빼먹을 수 있지 않나. 이렇게 통 크게 생각했다.
일단 겨울에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자초지종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그해 겨울은 나는 거실에서 잤다.
집은 시공사 말대로 패시브하우스 정도의 단열 기준이어서 각 공간마다 다 틀지 않고, 또한 그마저 2시간 이내로 틀어야만 할 정도로 찜통이 되었다.
그것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한파라고 해도 집은 단열 시공이 워낙 잘 되어서 더웠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냉난방비 포함해서 관리비가 60만 원이나 그 이상에 육박했다. 물론 전기 및 기타 고지서가 날아오는 것들은 또 따로 내야 했다.
그런데 단독주택에 와서 좋은 점은 고지서에 있는 것만 내니까 아파트의 1/4도 안 되는 점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1/6도 안 낸다. 물론 시원하고 따뜻하고 다 만족이다. 아파트에서는 그렇게 돈을 내도 춥고 더워서 여름이면 아파트서 도망가서 살았고, 겨울이면 휑뎅그레해서 아무리 방한 대비를 해도 추웠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방 하나쯤 난방이 안 되는 게 대수야 하고 넘어가게 된 것이다.
분배기 연결이 잘못 되어 난방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레 겁먹었던 사건, 결국 분배기 연결 오류
겨울이 다 가는 2월에야 결국 경동보일러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했다. 본사에서 나왔지만 결국은 시공 당시 설치한 기사가 직접 보아야 잘 알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전화만 이리저리 몇 번 넘기고 마침내 시공 당시의 설치 기사님이 오셨다.
그런데 오자마자 어이없는 얼굴로 허, 참, 이다. (허참 씨는 예전에 코미디언이신 분인데 하며 속으로 어쩌나 큰일 났나 하는 마음으로 두근거렸다.)
기사님은 단 10분 만에 원상복귀를 시켰다.
"아니, 이것 때문에 겨울 내내 냉골로 방을 두었어요"
"아, 그렇게 간단한 줄 알았으면 제가 진작에 불렀죠"
"다른 분들도 집 다 뜯어야 하나 싶어서 절대 안 불러요.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을 때 부르면, 허 참.
방을 뜯기는 왜 뜯어요. 다 분배기 연결이 잘못되어서 그런데......."
또 허참!이라고 어이없어하면서 그냥 스위치만 바꿔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 모두들 지레 겁을 내면서 안 부른다는 것이다.
분배기 한 군데에 한 개씩 난방 배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하나가 2군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구동기를 원상태로 다시 해놓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조치였다. 즉 분배기만 서로 바꾸어 놓기만 하면 난방은 아무 이상이 없이 잘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조치가 딱 10분이면 되는 것이었고, 다시 일일이 난방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메인에서 확인을 바로 해주었다. 모든 것이 정상이 되었다.
보일러 시공 기사님의 기억에 의하면 집 시공 당시 난방 배관을 하고 보일러 설치까지 2개월의 간격이 생겼다고 했다.
보일러 연동 시공은 준공전인 약 1달전에 달았다. 이때 보일러를 열심히 틀어보고 또 새집 증후군 방지를 위해 집도 바싹 말리고 환기도 하면서 가동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때 시공담당분들에게 보일러 기사님이 각 방과 층에 분배기 들어가는 것을 잘 써놓으라고 했는데 아마 말로만 듣고 즉시 써놓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겼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하긴 공부를 가르칠 때도 나도 아이들에게 '제발 머리로 하지 말고 손으로 공부해라'라고 하지만 즉시는 알 것 같으니 다들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바로 그 순간에 메모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단계서 분배기가 잘못 연결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분배기 설치 당시에 기사님은 절대로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분배기 문제라면 10분이면 상황 종료
10분이면 완전 정리가 되는 것을. 집 뜯어야 하나 미리 겁내지 말고 불렀을걸...... 후회가 막심했다.
기사님은 하하하 어이없이 웃다 가셨다.
왼쪽부터 주방에 설계된 보일러실, 보일러실 방화문 설계, 보일러실 창호가 보이는 서쪽 측면도, 수동 루버 환기창은 안닫고 산다
구옥을 구매할 당시 보일러 실은 1층 뒷마당의 끝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일러실은 창고 겸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보일러는 2개로 각 층마다 따로 쓰고 있었는데 린나이 보일러를 교환한 지 2년과 1년 된 완전 새것이었다. 그래서 시공사와 그 보일러를 그냥 쓰기로 말해놓았다.
이후 시공과정 중에 오니 린나이 보일러는 어디로 가버리고 새로 경동보일러로 바뀌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묻지도 않았고, 현관문 작동과 가스, 각 층마다의 난방 조절도 한 군데서 다 되게끔 전부 경동으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불편한 것도 없어 만족하고 있다.
설계 시에 세 층이 전부 하나의 보일러로 쓰기는 어렵다고 했었다. 다들 고민에 빠져있더니 결국은 잘 해결이 되어서 2층에 보일러실이 들어오고, 그 하나로 세 개의 층이 전부 하나의 보일러로 돌아간다. 홈오토메이션까지 보일러나 현관과 연동되어서 사용한다.
왼쪽부터 보일러실 수동 루버창, 경동보일러, 거실에 있는 홈오토메이션
아파트에서는 이 보일러실 공간들에서 외부 공기가 들어와 매우 추웠었다. 아파트라도 겨울에는 동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 와서 방화문을 달고 보일러실 창은 내내 열어두지만 전혀 한기가 없다.
외부로 향한 보일러실 환기창은 수동 루버 창으로 했다. 여닫을 수 있는 것이지만 아직 닫아본 적은 없다.
보일러실이어서 1년 내내 문을 닫을 필요도 없이 그냥 연 상태로 둔다. 비가 들이치거나 실내로 한기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환기 차원에서 두는 것이다.
보일러실을 실내에 두어서, 동파를 예방 차원에서도 옳은 선택이었다.
2020년 지자체에서도 나와 가스 및 보일러실 점검을 했다. 집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니 경동보일러 서비스센터에 연락해서 점검해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직접 나와서 연통 빠짐이나 가스가 새고 있는지 전부 다 점검을 했다. 만일에 가스 점검 시 다시 하라는 명령이 내리면 보일러 수리 및 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점검 후는 '연통 빠짐 주의'라는 스티커를 붙여준다. 도시가스 점검도 체크를 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갔다. 저녁 무렵에 다녀서 배고프실 듯해서 바나나를 권하면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강릉 펜션 사고도 연통 빠짐 사고였으니 가끔 확인하라고 했다.
도시가스는 설치 시에 30분마다 차단이 되는 장치를 했는데 이거야말로 적극 권하고 싶은 것이다. 언제나 집을 나서고는 가스를 잠갔나 하고 집에 올 때까지 걱정했는데 이후로 그런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당시 설치비로 10만 원 정도를 더 준 기억이 난다.
가스는 가족의 안전이나 집의 재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서비스센터에 바로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건인 줄 알았는데 해프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