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햇빛이 쏟아지는 공간 설계

-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햇빛도 따뜻한 공간

by 이지현
계단을 올라가면 왼쪽 사진의 3층 창문과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오른쪽의 여닫이 문을 통해서 햇빛이 그대로 아래까지 쏟아진다(건축사진 작가,진효숙 촬영)



집 이사를 하고 첫 새해가 시작되는 2020년 1월 첫 주에 SBS 방송 촬영 요청이 있었다.

건축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던 중에 2020년 1월 첫 방송으로 우리 집을 선정했으니 꼭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솔직히 새 집으로 이사해서 6개월도 안되었을 기간이라서 완전히 정신이 없을 때였다.

집과 가게를 정리하느라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한 것은 천지고, 옥상은 미처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게다가 살림 정리는 내가 해야 하는데 늘 출퇴근하고 막차 퇴근이 거의 매일인 나는 역부족이었다.

일주일만 정리할 기간을 달라고 사정했지만 단 3일만에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애써주신 건축가를 통해서 온 연락이어서 연기도 못하고 바로 응했는데 그 바람에 3일밤을 꼬박 새웠다. 부족한 것을 갖추고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청소하고 치우고 하느라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솔직히 멍하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기억나는 질문이 아나운서가 계단에 관해 물어본 것이다.

그동안 다른 집들을 수년간 쵤영하면서 보았지만 계단은 실내의 한쪽 벽에 붙어있었는데, 집의 가운데에 있는 계단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특이하다는 것이었다. 계단에 서서도 한참 이야기하면서 계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번도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단은 처음부터 가운데로 설계되었고, 당연히 계단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짜로 마구 들어오는 햇빛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 질문 후에 비로소 계단이 온 집에 햇빛을 전체적으로 받을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 설계사무소 팀장님이 햇빛이 쫙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러들어오게 되어 있다고 했던 말을 비로소 깨닫게 된것이다.



계단을 오르는 뒤는 서재로, 1층에서 올라가는 계단,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계단 위가 천장이 경시지게 만들어져서 높이의 부담이 없다



계단을 올라오는 뒷벽은 붙박이형 서재로 되어 있는데 이 서재도 자작나무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설계사무소에서 계단을 미송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시공이 되고 난 후 오니 자작나무로 되어 있었다.


시공 계약을 할 당시 내부 미장은 시공사에서 어느 정도 알아서 하는 것으로 말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니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이 계단 설치는 막상 시공의 단계에 들어가니 설계대로 되지는 않았다.


집이 협소하다 보니 올라가는 각도와 경사가 계속 문제가 생겨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탄생했다. 기울기가 있으니 꺾이는 부분등에서 계단 자리가 필요했다.

또한 계단을 올라가게 되는 경우에 천정과의 경사도 계속 연구해야 했다. 시공사와 건축가가 함께 의논하면서 탄생한 것이었다.


방송사 촬영 당시에 키가 큰 성인이 지나가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도록 천정의 경사가 설계되어서 다들 놀라워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계단을 통하여 모든 빛이 쏟아져서 안그래도 남향집이어서 햇빛량이 많아 따뜻하고 환한데 공간이 다 연결이 되어서 아주 환하다. 계단 사이사이로도 빛이 어디나 들어왔다.


이전 아파트등에서는 늘 실내도 전기를 켜고 살았다. 앞이나 옆에서 아파트들이 턱턱 막아서 서있으니 당연히 어둡고, 커튼을 걷지 못하고 치고 사니 어두컴컴한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거실 전기를 이제는 내내 켤 일이 없어서 전기세도 얼마 나오지 않아서 좋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3층에 살고 있는 아들이 혼자 걸어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2층의 식구들을 다 바라보면서 오가는 것이다. 계단은 사진처럼 쭉 이어져 있어서 소외되거나 분리되지 않아서 연속성을 띤다. 그러다보니 3층에 거주하고 있어도 따로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덜 가진다. 다른 식구의 방과 거실등을 바로 갈수 있고 다 볼 수 있다. 부엌도 바로 갈수 있다.


계단 하나로 인해 집은 평면이 아니고 입체적이다. 획일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흐름을 선물한다. 그래서 안주하거나 나태한 마음이 사라진다. 계단은 집의 중앙에 위치함으로써 연결의 기능을 대리한다. 집의 집약적인 공간이 바로 계단이 되는 셈이다.

결속의 의미로 좋다. 융통성 있는 설계라서 마음에 든다. 계단이 외따로 떨어져 있다면 소외감을 받았을 것 같다. 설계에서 다른 부분들도 그렇겠지만 계단이 집의 중심이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고 공간을 연결하는 핵심이었다.


사실 계단을 올라가면 3층이 제일 멋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발코니와 옥상이 따로 분리되어서 어디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촬영팀들이 올때마다 옥상이 너무 좋다고 모두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했다.


그 옥상을 겨울 내내 길냥이 집을 놔주고 거길 주거지로 준 바람에 길냥이 눈치 보느라고 잘 나가지도 못하고 살고 있기는 하다.

사람이 나가면 그 추운데 어디로 휙 도망을 가니 갈 수가 없다.

다만 보안 설계도 워낙 잘 되어 있다보니 카메라로 열심히 보고만 있는 실정이지만....


옥상의 길냥이를 쳐다보는 그 덕분에 카메라가 바로 실물을 보듯이 너무 선명해서 요즘 CC TV 성능에 모두 놀라고 있다.



종단면 설계도에 계단이 일직선으로 되어 있음. 3층 옥상에 집을 놔주니 겨울 동안 사는 길냥이, 봄이 되니 1층과 3층을 마음대로 다님. 제일 팔자 좋음



계단 설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단면이다. 계단이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다.

집은 리모델링으로 증축과 대수선을 했기 때문에 층고를 높일 수 없었다. 또한 벽이동도 불가해서 사람이 다닐수 있는 너비를 견적을 잘 맞추어야 해서 계단 사이즈는 65센티미터로 설계했다.


계단 설계에 난항이 많았지만 시공사와 건축가의 함심으로 아주 바람직한 공간이 되었다.

햇빛은 햇빛대로 쏟아져 들어와서 너무 환해서 어떤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서 밤새 불을 켜놓고 잤나하고 두리번거릴 정도다. 그러다가 아, 햇빛이지 하고 깨달을 때가 비일비재하다.


남향집은 늦잠도 잘수가 없다. 사실 퇴근 후에 글을 쓰거나 일을 거의 다 하느라고 밤에 늦게 자는데 아침은 또 햇빛 때문에 늦잠을 잘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한번도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과 수맥도 없고 햇빛도 따뜻해서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다. 아파트서 살 때는 왜 그리 축 쳐져서 몸이 물먹은 듯 힘들고 고단했었을까. 너무 높은 공중에서 살아서 그랬을까. 늘 7층에서 10층 사이였는데도.


계단이 먼저 되어야 창호가 되므로 준공 1달 전에야 계단이 완성되고, 완전히 된 것은 준공 보름 전 정도였다.

계단이 동적이고 시선의 역동성으로 집이 생기가 있고, 시선의 이동으로 인해 변화를 추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평면의 아파트가 아닌한 주택에서 계단은 공간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내의 공간 연결이 잘되도록 계단을 중시하는 것이 맞다.

단을 잘 활용함으로써 햇빛도 마음껏 받아들이지만 계단 아래 공간도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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