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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y 22. 2021

세상이 물드는 소리

노란 뻐꾸기 울음이 떨어진다.

대모산 아래서는 뻐꾸기가 부쩍

뻐꾹 뻐꾸꾹 운다.      

어느 집 뻐꾸기시계가 우는 줄 알았다.

시계는 정각이 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어느 집 시계가 고장이 난 줄 알았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던 어느 날

못 미더워 가만가만 귀 기울였다.

노랗게 송화가루 같은 울음이 바시시 흘렀다.

가만 귀 기울이면 봄날이 차곡차곡 쟁여지는 소리

뻐꾹, 뻐꾹 울고 있다.     

 

이제 귀는 이 세상에 너무 물들어

시계 가는 소리에 맞춰져 버렸다.

믿지 못하고 확인하는 삶에 길들었다.


노란 뻐꾸기 울음이 부쩍 잦다

이제는 어느 집 뻐꾸기시계가 울려도

봄날이 착착 접혔다 펴지는

봄날 뻐꾸기 소리로 알겠다.      

이 세상 한 움큼 날아드는

누군가의 샛노란 그리움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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