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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r 29. 2021

설레게 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는 여행

- 『꽃보다 엄마』, 김정미(브런치 작가 나애리) 작가의 효도 여행기


여행을 재촉하는 노란 책



여행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여행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공통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는 여유야말로 여행으로 누릴 수 있는 미덕이다.


거기에 엄마라는 단어가 붙으면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이 책을 받는 순간, <꽃보다 엄마>라는 제목이  '여행보다 엄마'라는 의미로 읽혀 순간 당황하기까지 했다. 여행보다는 '엄마'가 더 우선이 되는 글임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 책은 아예 '효도 여행'이라는 캠페인을 내걸어도 좋은 신뢰감 있는 여행기여서 엄마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어떤 사람에게도 안심하고 적극 추천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작가는 텔레비전 프로로 핫했던 '꽃보다 시리즈'의 방송작가여서 더욱 믿을 수 있다. 이미 여행의 베테랑이 그 엄마를 위해 가장 정직한 최적의 탐사를 마치고 여행을 마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겉 표지와 뒤 표지



어디론가 여행을 제대로 떠나본 적이 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나는, 브런치 작가인 나애리 작가의 여행기를 유심히 그리고 그 엄마의 편에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읽고 있었다. 물론 순전히 '엄마'라는 단어의 끌림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나처럼 세 아이를 기른 엄마의 여행이어서,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치 내가 여행을 떠난 것처럼 감정이입까지 하면서 읽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미국서 동생이 오면 둘이서 아탈리아 여행을 가보자고 했던 곳으로 엄마와 딸이 떠난 여행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열심히 읽지 않고 배길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작가가 출간을 하기에 이르렀고, 나는 귀한 책을 한 권 받아보는 행운까지 누리게 되었으니 반드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라는 계시로 받아들여, 열심히 읽었다.


책 표지의 노란색은 시작과 출발, 재생의 색이다.

봄이 오면 노란 꽃들부터 피기 시작한다. 개나리와 산수유가 그렇다. 책을 받았을 때 노란색 표지의 느낌은 반드시 출발하라는 의미로 보여 기분이 업 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마저 암수술을 겪은 고된 경험을 한 가족의 여행은 자칫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여행기는 번번이 매 순간마다 유쾌하다. 제주도 사투리까지 가미해서 웃음을 슬며시 꽃처럼 꽂아놓고 있다.


여행을 갈 때의 깨알 같은 팁도 만개하다.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는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진 모르지만 왔으면 좋겠는 부러운 희망사항이다.

기내식의 문제도, 우습지만 언제나 기대되는 것인데 작가가 택한 비행기는 안심해도 될 듯하다. 비빔밥이 마련되어 있다면.


이 책을 읽다 보면 더 부러운 것은 효녀 딸의 다양한 배려다. 딸은 엄마가 자신이 마련한 배려를 아마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엄마들은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냥 다 알게 된다. 그리고 알고 있다.

그리고 어디든 해외는 입국 시점부터 공용어인 영어가 잘 되어야 한다니 아무래도 나도 여행을 갈 때는 영어를 잘하는 동생이나 아이들을 동행해야 하는구나 하는 필수 팁까지 담아버렸으니 여행 경비는 더 들듯하다.




여행에서 먹은 음식과 카뮈의 그 지중해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작가의 여행도 즐거운 부분이 많이 나온다. 특히 음식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나는 여행 음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사실 이탈리아 여행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음식이기도 하다. 꼭 이탈리아에 가서 본토의 음식을 먹어보리라가 내가 벼르는 것 중의 하나다. 물론 고작 알고 있는 게 피자와 파스타지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 부분만 나오면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파고들기까지 했다.


커피와 요구르트의 조합이 꽤나 근사해 보였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까지 알았다. 이담에 적어가야 할 판이다. 아니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면 이 책 <꽃보다 엄마>를 필수 항목으로 넣겠다. 

이탈리아 음식이 사실 우리가 해먹을 때는 늘 한국과 가장 맞는 요리라고 알았다. 우리도 마늘과 올리브유로 쉽고 빠르게 파스타 등을 해 먹는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가면 음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이미 우리에게 들어온 것은 우리식으로 변형이 되어 우리 입맛에 맞게 적응이 된 것이 아닐까. 작가가 처음 이탈리아에 내려서 먹은 음식이 완벽하게 망했다니 이 문제는 처음부터 기대를 접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의 옥수수수염차에 대한 이야기는 즐겁고 유쾌하다. 그 먼 곳까지 옥수수수염차를 가져가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공연히 이해가 가서 웃음이 난다.


책 속의 이미지, 나란한 의자의 여유가 다정하고도 고요하다



작가와 엄마가 서있던 지중해도 한번 가서 바라보고 싶은 곳이다.

지중해는 카뮈를 떠올리는 곳이다. 그에게 “바다란 곳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화합의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다. 그런 카뮈에게 지중해는 그의 작품의 원형질과 같은 곳이다.


지중해 바다가 제주의 함덕이나 협재보다 이쁘겠냐는 엄마의 말에 솔직히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카뮈가 지중해를 고향처럼 그리워하고 품었듯이 누구나 자신만의 바다를 지니고 있다. 나도 가서 지중해를 볼 때는 당연히 내가 바라보던 남쪽 바다보다 못하겠지만 그래도 카뮈의 그 심각한 얼굴을 떠올리면서 서있고 싶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간다면 꼭 이 지중해의 모래 위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햇볕 때문에'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지중해의 햇볕을 바라보고 올 것이다.

그리고 바다를 제대로 보려면 운전석 앞자리,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다면 오른쪽 좌석을 무조건 사수하라는 책 속의 팁은 비밀 아닌 비밀처럼 쟁여서 가겠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부터 여행사를 끼고 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했는데 현지에 가서 투어를 짤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신기했다. 

물론 그 정도의 경지까지 가려면 작가처럼 여행에 접신이 된 상태까지 이르러야 하겠지만 어쨌든 고군분투를 해볼 것이고, 이제는 든든한 안내서가 있으니 그게 어딘가.

작가는 스스로도 책에서 이탈리아 로마 정도는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찾아다닐 능력을 가졌다고 엄청나게 으스대고 있으니 그냥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지막지한 위로가 된다.




오드리 헵번이 그리운 로마 여행



국내 여행만도 어떻게 가야 본전을 잘 뽑나 하고 고심에 고심을 하는데, 이탈리아는 롱부츠처럼 길어 어디부터 가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남부 투어가 여행의 꽃이란 것을 알았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혹은 사진에서만 보던 것들이 바로 남부 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여행 스케줄을 짤 때 고민거리가 하나 줄었다.

그리고 작가가 두 번이나 들렀다는 '포지타노'는 이미 내 여행 목록에 메모되었다.


콜로세움 통합권을 한국에서부터 예매할 수 있다는 놀라운 팁도 덤으로 올려놨다.


오드리 헵번을 제일 좋아하는 내 이탈리아 여행 목록에는 '진실의 입'이 들어있다.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스트라이프 무늬의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잘록한 허리에 스커트를 날렵하게 입은 헵번이 손을 넣어보면서 귀엽게 웃던 그 한 장면을 복사해보는 것만도 내 이탈리아 여행은 완벽하게 행복할 것이다.



로마의 오드리 헵번이 손을 넣었던 '진실의 입', 베네치아, 그리고 에펠탑




작가의 알찬 여행을 따라다니면서 오드리 헵번이 먹던 젤라토까지 먹어야 햅번 테마가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찾아보니 지금 스페인 계단은 먹지 못하게 금지되어 있다는데, 작가가 소개한 테르미니역 앞의 로마의 3대 젤라토 집에 가서 먹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쌀맛 젤라토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거기에까지 가서도 쌀을 먹어야 하는지 아직은 어리둥절하지만 가게 되면 직접 먹어보겠다.


바티칸 투어까지 하면서 교황의 미사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록 작가는 놓쳤다고 하지만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미지의 여행객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필살기로 두게 되었다. 


언젠가 대치동 거리를 지나다가 김수환 추기경이 성당에 들른 순간을 목격하게 되어 바로 가까이서 뵌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다들 평생에 모든 운이 이제부터 다 들어올 것이라고 했었다.

나도 그 말을 믿었는데, 바티칸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를 참석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운은 없으리라. 작가 덕분에 필수로 넣게 되어서 이 책을 읽은 최대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베네치아와 이탈리아를 가고 싶어서 떠난 여행에서 스위스까지



작가처럼 씩씩하게 자유여행으로 유럽을 여기저기 다닐 능력이 되지는 않겠지만 책을 읽으면 그 모든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계획이 짜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가끔 엉뚱한 실수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오히려 독자는 아하, 이 부분에서는 이래야 하는구나라는 팁을 얻는다.


스위스에 가서도 한라산과 비교하는 작가의 엄마의 회귀본능을 나도 여지없이 닮겠지만, 비교할 거리라도 있는 여행이 우선되어야 한다.



유럽 여행은 환상의 코스



이탈리아로 간 여행에서 스위스까지 한 방에 떠나게 되는 환상의 여행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작가의 여행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 문외한인 내가 도전할 의지를 가지게 된 것도 순전히 작가가 엄마와 동행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청춘들만의 주관이 된 여행이었다면 언감생심 이런 여행을 꿈도 꿀 수 있었겠는가.

나이 든 엄마들도 충분히 가능한 여행이란 점을 알게 되는 것만도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귀한 선물이다.


여행이 끝나면 다 거기가 거기라는 말을 하겠지만 누구와 떠난 여행인가에 따라서 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 더구나 힘들게 살아온 엄마와의 여행은 그 자체 만으로도 이미 모든 추억을 공유하면서 남는 삶이 된다.



이탈리아의 아웃렛은 한국에서 사는 명품들이 판매된다



이탈리아에 가면 한국에서는 감히 살 엄두도 못 낸 명품 이름이 박힌 백이나 옷도 사겠다. 그곳은 아웃렛도 한국의 명품으로 치는 이름이 박힌 것일 테니까.

작가와 그 엄마가 들른 곳에 가서 하나 사서 들고 금의환향하듯이 돌아올 생각을 하면 그것도 잠시 꿈에 부푼다.


스위스의 융프라우에 가서 라면을 먹으면서 미리 쿠폰을 인쇄해왔다는 것이 이 여행기의 가장 키포인트로 느껴질 정도로 포복절도할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팁이야말로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억울할 뻔했었다.

파김치까지 한국에 와서 라면과 먹고 싶다고 한 작가와 그 엄마가 한국에 돌아와서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알아야 할 소소한 깨알 팁을 알려면 이 책은 반복해서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지 알면 더 보인다고 했으니 여행 티켓을 끊기 직전에는 미리 이 책을 보고 플랜을 짜도록 하겠다.

작가의 <꽃보다 엄마>는 여행과 엄마, 그리고 이탈리아가 함께 묶인 내게는 최고의 여행기였다. 머지않아 코로나가 끝나는 날 나는 바로 이 책 하나를 들고 즉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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