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4시
서울시립병원 어둔 마당
몇몇이 어둠을 빨아들인 채 서있고
몇몇은 24시 편의점에서 콜라를 마시고 있다.
그 숫자보다 적은 나이의 한 주검을
조문하러 온 나는
밤을 잊은 방문객일 따름.
밝은 건 꽃잎 서너 개
새파란 가로등
살아있는 기척을 내는 것들이
조문객처럼 남아 있다.
세상을 떠난 자들의 흔적이
이곳에 다 몰려와서
우우우 슬픈 인사를 하는
여기는 서울시립병원
밤 4시 어둔 마당.
나는 차 시동을 켜둔 채
떠나는 자가 환하게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마음속을 가볍게 밟고 가는 삶도
살아있는 동안은 화안한 생이었기를
꽃잎 서너 개가 촛불처럼 밝아
삶보다 앞선 죽음이 돌아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