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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r 28. 2021

봄 밤

밤 4시

서울시립병원 어둔 마당

몇몇이 어둠을 빨아들인 채 서있고

몇몇은 24시 편의점에서 콜라를 마시고 있다.

그 숫자보다 적은 나이의 한 주검을

조문하러 온 나는

밤을 잊은 방문객일 따름.


밝은 건 꽃잎 서너 개

새파란 가로등

살아있는 기척을 내는 것들이

조문객처럼 남아 있다.

세상을 떠난 자들의 흔적이

이곳에 다 몰려와서

우우우 슬픈 인사를 하는

여기는 서울시립병원

밤 4시 어둔 마당.


나는 차 시동을 켜둔 채

떠나는 자가 환하게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마음속을 가볍게 밟고 가는 삶도

살아있는 동안은 화안한 생이었기를

꽃잎 서너 개가 촛불처럼 밝아

삶보다 앞선 죽음이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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