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그림 속에도 게가 살고 있다.
그리움을 물고 놓지 않는 집게발이
아팠을 것이다.
식탁 위에 놓인 간장게장에
집게발이 사라지고 없다.
그 발은 바다에 그대로 두고
몸만 온 게가 짠물 속에 드러누워 있다.
서러운 집게발의 주소를 물어보지만
마음을 잃은 구슬픈 생이 들어있어
아무리 흰밥을 비벼도 슬픔은 누그러들지 않는다.
내게도 어떤 바다를 보던 쓸쓸한 시간이 있었던가.
내 슬픔은 혹시 그들의 슬픔보다는 적었던가.
그림 속에 게 한 마리 잡아넣지 못하고
가슴엔 하나 가득 바다만 담겨
출렁 흔들릴 때마다 자세만 위태로웠다.
허나 내 슬픔도 만만치 않은지
게들의 발자국을 들자 가슴에 환히 차는 파도.
누군가의 그리움이 흔들려
그만 컴컴한 절벽에 부딪혀 화석이 되어 굳어지는
내 가난한 식탁
#이미지 : 이중섭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