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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24. 2021

앉은뱅이책상을 그리는 시간

내 옛날의 앉은뱅이책상

잔 금마다 숲 속 새 노래가 스며들었을

가끔은 다람쥐 한 마리 쪼르르 타고 올랐을

추억의 앉은뱅이책상.    

푸른 가지 아래 티눈처럼 옹이가 남아

어디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없는 어린 시절 앉은뱅이책상

어느 숲에선가 다시 푸른 가지로 돋다가

어느 가난한 아이의 추억을 위해

옹이로 박힌 느린 자리에 앉을 것이다.    

  

상처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억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리를 뻗으면 차가운 벽에 가 닿았던

추억의 앉은뱅이책상은

푸른 숲에서 나와 인간의 자리로 오

툭툭 박힌 상처를 처매고 왔었다.


내 옛날의 앉은뱅이책상에서

강물처럼 흐르던 잔 금들을 드려다보면

시간만이 푸른 상처를 윤나게 한다고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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