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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May 05. 2021

드디어 시공사와 계약했다


시공사 선정은 어떻게 할까



시공사 선정은 어쩌면 설계사무소를 선정하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흔히 시공 견적을 3군데 정도 넣어서 입찰을 해보고 결정하라고 했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설계사무소에 다 믿고 맡기기로 했다. 일단 설계사무소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시공사를 임의대로 선정할 시 설계사무소와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시공 시마다 보러 와야 하는 횟수가 많을 수도 있어서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사무소에 맡기는 쪽이 나았다.  


설계사무소에서 이전에 같이 해보고 싶은 시공사가 있었는데, 당시는 건축주가 다른 시공사를 선택하는 바람에 같이 못했지만, 이번에 같이 해봤으면 했다. 우리는 별반 문제 제기를 할 이유가 없었고, 건축주가 가운데서 번번이 의견을 조율한다면 그것도 힘들 것만 같아서 설계사무소에 맡겼다.


시공사와 건축가가 맞지 않을 때는 서로 갈등이 생겨서 공기가 늦어지고 건축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다. 추후 시공 과정 중, 현장에서 설계대로 시공이 어려운 순간에는 서로 타협을 하고 조율하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계단 등의 부분에서는 설계대로 할 수가 없어서 시공의 역할이 우선이었다. 이론과 실제는 항상 다른 법이다.

이처럼 시공사 선정의 문제는 건축주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믿을 만한 설계 사무소라면 맡기는 것이 나쁘지 않다.



시공사에서 가져온 <건설도급표준계약서>, 견적서는 얇은 책자처럼 공정에 대한 비용이 전부 있고 이 자체가 계약서였다



다섯 번째 설계 미팅에서 건축가가 시공사 측에 견적을 내어 봤다고 말했다. 그때가 8월 마지막 날이니 설계 미팅을 시작하고 1달 반 만에 시공사 견적을 처음 내본 것이었다.

8월 말에는 연이어서 설계 미팅을 했는데, 시공 견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설계사무소에서는 대략적인 시공 견적을 말해주면서, 포함되지 않는 가격까지 산정해서 대략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건축주로서는 대략의 시공 견적이라도 말해주니 은행 대출을 얼마 정도를 받아야 할지 계획이 생겨서 좋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계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던 상태였다.


설계사무소서 함께 해보고 싶은 시공사가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즉시 허락한 후에 그 시공사에 대해서 알아보니 종합건설회사였다. 종합건설회사는 국가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한 업체로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는다. 이 등록증이 없다면 종합건설회사가 아니다.

물론 리모델링의 개념의 집을 짓는데 종합건설회사를 선정하면 그 비용은 비싸다고 다들 말한다. 그래도 싼 게 비지떡이라고 안전한 데가 제일 낫다. 집짓기 전 약 2달 동안 이런저런 책이나 인터넷 검색에서 살펴보면 다들 시공사와의 문제가 제일 큰 일이었다.




시공사와 계약하다



우리가 예산이 확보되면서 시공사와 미팅을 하기로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그전에 살던 곳에서 임시 거주지로 이사를 가야 해서 보름 동안 정신없이 바쁜 날을 보냈다.

우리가 이사를 하는 도중인 정신없는 그 날에 설계사무소 팀장님이 3층이 5평이 남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설계가 완전히 변경되면서 리모델링이 아니라 2층은 증축으로 설계가 변경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1층과 3층은 사무실로, 1층의 일부와 2층이 주택으로 설계되었는데 설계 사무소에서 설계를 이왕 변경하는 것이니 의견을 말해보라고 해서 1층 가게를 확장하면서 주방을 2층으로 올려주고, 3층은 방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택 위는 또 근생이 있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설계사무소에서는 정확하게 몰랐던 바여서 구청에서 서류가 반려되어서 그런 저런 일로 설계의 완전 변경이 일어난 셈이다.


이때가 9월 중순으로 6차 설계 미팅이면서 막바지에 이르러 설계 변경이 일어났다. 시공사도 설계사무소에서 함께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이날도 시공사가 정말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가 서로 함께 협력적인 일을 할 수 있는지 관망하는 단계였는지, 시공사가 완전히 결정되었다고 설계사무소에서 연락을 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고 이때 7차 설계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이날은 또 매매한 집의 잔금 전날이어서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바빴다.



시공 계약서에 특약 사항을 적어보았지만 이후 별 의미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요식 행위로는 괜찮다. 오른쪽은 견적서의 내용들



시공사가 완전히 결정되면서 추석 연휴가 되었다. 집을 지을 때는 연휴니 공휴일이 많이 끼어 있을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공기간이 점점 늦어지기 때문이다.


10월 초에 이미 설계사무소에서 시공사에 설계를 다 넘겨서, 막상 시공사와 미팅을 하는 중순 경에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되었다. 시공사와 계약을 하는 날은 감리계약도 체결했다. 감리도 설계사무소에서 알아서 다 하기로 했다. 감리를 어디서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만큼 설계사무소를 믿었기 때문이다.


시공 계약 시에 할 말이 없냐고 하기에 특약 조항으로 설계도서에 준해 시공을 하는 것으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일전에 집 매매계약을 하면서 아무런 특약조항도 넣지 못해서 고생한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무어라도 특약사항을 쓰고 싶었다.


시공사에서 내민 견적서를 보면 거의 얇은 책자 하나로 보이는데 그걸 하나하나 일일이 볼 수도 없고, 본다고 또 무슨 말인지 전문가가 아니라서 알 수도 없어서 다들 책에서 열심히 말하던 대로 '설계대로'를 강조했다. 그래야 건축가의 의도대로 집도 짓겠지만 어떤 시공사 일지 모르니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공사에서 같이 온 소장님이 어, 하는 표정으로 대표를 보았다. 대표도 잠시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냥 써주었다. 나중에 시공하는 과정에서 보니 그렇게 우긴 것이 잘한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건축주가 나서서 관여할 만한 일도 아니었고, 우리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알아서 서로 조율하면서 했다. 잡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고, 아직까지도 시공사는 집에 별다른 일은 없는지 걱정하면서 잘 돌봐주기 때문이다.


시공 계약을 한 날에 시공사 대표와 시공사 실장, 설계사무소 측과 현장을 함께 방문했다. 넉넉히 1월 말로 준공날짜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가장 최적의 기간이었다.

그러나 철거를 하면서 변수가 생기고 이런저런 문제들로 그로부터 준공까지는 4개월 여가 더 소요되었다.


시공사와 현장을 함께 다녀온 후에 같이 점심을 먹었다. 수고하실 분들이니 내가 간단한 점심을 산다고 했다. 시공사 대표가 그 자리서 왜 집을 짓게 되었는지 질문했다.

서교동에서 가게를 하던 둘째 딸이 가게를 해서 번 돈을 일본에 유학 간 언니의 생활비로 다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일까지 있어서 회사로 안 가고 계속 가게를 하고 싶어 해서 딸이 기특해서 아예 상가주택으로 짓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핑크 집을 원한다고 하니 뜻밖인 표정으로 놀랐다. 역시 핑크 집은 누구에게나 뜻밖인 것이다.


우리가 집을 짓고 난 이후에 우체국 집배원이 우리 집을 찾으려면 아. 거기 어린이집 말이죠라고 하지만, 그런들 어떻겠는가. 주택에 핑크를 입힌다는 기상천외의 뜻밖인 상황도 즐거운 것이다.




시공 계약에 들어있는 것들



시공 계약을 할 때는 흔히들 집을 평당 얼마에 지었다고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계약을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표준 도급계약서도 쓰지만 견적서라는 것에는 매우 세부적인 항목들이 다 들어있었다.

잘 알 수 없으므로 깎을 수도 없는 부분이어서 견적이 나온 대로 계약을 했고, 다만 알아서 잘해주기만을 바라는 일 외는 건축주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종합건설사가 견적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남기고 할수 있는 데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설계사무소도 관여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적정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실제로 시공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더 추가되는 부분이 있고,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따로 비용 계산이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설계도면에 의한 시공이라면 비용의 증가는 시공사 책임이라고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시공사는 또 큰 변동이 생길 시는 추가 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한다는 것을 반대급부로 써놓겠지만.

그렇게 집을 짓는 일은 매우 상대적인 일이고 그야말로 협업일 수밖에 없으며, 서로 믿고 몇 달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갈 수밖에 없는 사이로 생각한다.   


시공사를 건축주가 임의로 선정해서 계약을 할 때는 여러 가지를 체크해야 한다. 흔히 표준 도급계약서, 계약내역서, 수량산출서, 공사 수행계획서, 공사 전 현장 사진첩, 건설업 등록증, 사업자등록증, 사용인감계, 인감증명서, 시국세 완납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받아야 한다는데 우리는 앞의 2가지 정도만 받은 셈이다.


공사 상황은 네이버 밴드를 만들어서 건축주, 시공사, 설계사무소가 다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

시공사에서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 계약이행보증증권이 위약금을 대신한다. 우리는 그냥 설계사무소를 믿는 바람에 그런 것 없이도 시공사에서 잘 봐준다는 말을 믿고 그냥 진행했다.

보증증권을 받지 않았어도 집을 짓고 난 후도 우리 시공에 참여했던 분이 와서 일도 봐주고 해서 현재까지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렇지 못한 시공사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사람은 믿지만 상황은 믿을 수 없는 것이므로 계약이행보증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건설공제조합과 서울보증에서 발급하며, 신용이 없거나 회사에 문제가 있으면 발급을 안 해주니 건축주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계약이행보증서가 청구되면 시공사의 모든 보증업무가 제한되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쩔 수 없이 건축주와 협력관계를 더 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현장을 관리해주는 현장소장에 관한 부분을 궁금해한다.  

처음 시공사와 계약을 하는 날은 건설사 대표와 함께 실장으로 불리는 분이 오셔서 그분이 현장소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시공이 시작되는 날 다른 분이 왔다.


미국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처럼 꽁지머리를 묶으신 매우 핸섬한 분이셨다. 흔히 현장소장이라면 거칠고 투박한 분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엉뚱한 이미지여서 놀랐고, 막상 그런 분이 오자 또 과연 시공 일을 잘해줄지 걱정이 되는 지경이었다.

홍대서 미술을 전공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마디가 집이 너무 이쁘다고 정말 기대가 된다고 했다. 미술 전공이라고 하니 시공은 걱정 반 또 디자인 쪽은 기대 반이었지만, 현장소장 주둔은 시공사의 문제여서 우리가 다른 의견을 내세울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집을 다 짓고 난 후도 보지만 소장님은 착하고 좋은 분이셨다. 현장의 깊이는 건축주라고 해도 들어가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거친 시공의 부분만 생각한다면 좋은 분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집을 다 짓고 난 후에는 그렇게 핸섬하셨던 분이 고생을 많이 해서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멋도 안내고 그냥 시공업자로 변해버렸다.




집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시공계약서가 들어가야 착공계가 나오므로 착공계, 멸실신고, 허가 신청 순서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시공사와 미팅 후인 5일째에 철거 서류는 구청에 접수했고, 허가가 나는 대로 철거 공사가 들어간다는 카톡을 받았다.


마침내 진짜 집 짓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설계사무소와 계약을 할 때 디자인 감리까지 다 한다고 했었다. 이 감리는 또 집 공정과는 다른 감리로 일종의 감독업무인 모양이었다. 그러니 설계사무소만 믿고 나는 그냥 쭉 직진한 셈이다.

어쩌면 다시 건물을 지을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때도 나는 이런 설계사무소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설계사무소와 시공사를 믿고 집은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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